노동권으로서의 교권 침해 심화가 우려되는 까닭

by 센터 posted Sep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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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는 교권 침해가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의 대응이 학생에 대한 제재, 즉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우려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교사들의 교권을 '교육노동자의 노동권' 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일터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는 교사들을 학생들이 존중할 리 없다.

문제는 향후 교육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위협받는 상황들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인데, 바로 이 점에서 일본의 사례는 중요한 참고 대상이 된다. 최근 일본에서는 특히 교사들의 과로, 즉 장시간 과중노동이 커다란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그 직접적인 배경에는 교사 부족 현상이 있다. 이하에서는 일본의 교사 인력부족 문제와 그에 따른 교사들의 장시간 과중노동 실태와 원인을 짚어보고 어떠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일본의 교사 인력부족 실태와 원인

일본에서는 고령화에 따라 노동시장 전반에서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공공부문, 그 중에서도 교육 분야에서도 인력부족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문부과학성은 1,897개 각급 학교에서 교사 정원 대비 실제 배치된 교사가 총 2,558명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교사 부족의 원인으로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우선 필요 인원 증가를 들 수 있다. 특수학급의 증가, 교육 내용 및 프로그램의 확대 및 질적 향상 등이 그 배경을 이룬다. 둘째, 도시지역 과밀화와 지방인구 감소로 인한 불균형 심화가 있다. 도시지역은 급격한 인구 증가가 일어나 교사 부족이 심각한 반면, 지방의 경우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일부 학교들은 폐교가 진행되고 있다 하더라도 교사 인원 감축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셋째, 교사들의 출산 휴가나 육아휴직 등의 사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휴가 대체인력 풀은 감소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각 지역별로 퇴직 교사나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교원면허 보유자들을 대체인력 명부에 등록하여 활용하고 있으나, 등록대상 자체가 감소하고 있고 또 임시교사 착임을 거부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넷째, 교사 정원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방재정 개선을 위해 전체적으로 지방공무원 규모를 감축하는 정책들이 주요 지자체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대신에 필요 인력은 비정규직 교사 및 학교현업직(한국의 교육공무직에 해당)으로 채워지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공립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서 200535,966명이었던 비정규직 교사 수는 201150,234명으로 증가하였다.

다섯째, 교사 부족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교사들의 장시간 과중노동은 일터로서의 학교의 블랙기업화로 이어져 교사 지망생의 감소라는 교사 부족의 원인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공립학교 임용시험 경쟁률은 200013.3:1에서 20213.9:1로 급격히 완화되어 왔다. 최근 10년간 임용시험 응시자 수 또한 44천 명 감소하였다.

 

일본 교사들의 장시간 과중노동 문제

일본교직원조합의 2022년 조사 결과 교사들의 월평균 잔업시간은 약 96시간으로 과로사 인정기준인 80시간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대체로 보면 매일 3시간여의 잔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휴식시간의 부족과 휴일근무 또한 교사들의 주요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10여 년 전부 터는 장시간 과중노동 문제를 주요 이슈로 새로운 교사 노동조합들이 결성되는 등의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교사들은 많은 시간 잔업을 하고 있지만 잔업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일본의 공립학교 교사에게는 1971년 도입된 급특법(공립의무교육제학교등 의교육직원의급여등에관한특별조치법)에 따라 잔업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대신 월급여액의 4%'교직조정액'으로 지급되는데, 이는 월 잔업 8시간분에 해당한다. 이는 제도 도입 당시 교사들의 월평균 잔업시간이 그 정도 수준이었음에 근거한 것으로, 현재 그 10배에 달하는 잔업을 하고 있는 교사들의 노동실태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 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소송에 대해 2023 3월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사립학교의 경우 일반적인 노동법이 적용되기에 정당한 잔업수당 지급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교사 인력부족으로 인해 적지 않은 경우 기존에는 학급 담임을 담당하지 않았던 직렬의 교사들도 담임을 맡거나, 본래 담당이 아닌 교과의 수업을 해야 하는 등의 일들이 발생한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업무의 준비와 수행으로 인한 노동시간 및 피로도 증가, 즉 장시간 과중노동으로 이어진다. 교사들은 이렇게 장시간 과중노동에 시달리면서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확인하거나 불미스러운 일들에 충분히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사실 그 이전에 학생들과의 의사소통 자체가 약화되는 것이 문제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 과중노동은 동료 교사들과의 인간관계 역시 악화시켜 교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교사들의 장시간 과중노동 해결에 소극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9년 변형노동시간제(한국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교사에게 1년 단위로 적용하도록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교사들은 이미 방학 기간에도 상당 기간 출근하여 각종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노동시간 감소 착시효과를 노린 제도 변경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과외활동 지도를 둘러싼 쟁점들

일본에서는 교사의 장시간 과중노동의 주요 원인으로 '부활동', 줄여서 '부 활'로 불리는 과외활동에 대한 지도 업무가 꼽힌다. 과외활동 지도는 교사의 본래 업무와 관계없는 임의활동이다. 2022년 발표 교원근무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과외활동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경우 대다수가 주5일 이상 지도를 하고 있다. 참고로 2018OECD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중고교 교사의 주당 근무시간은 56시간으로 OECD 국가들 중 1위이며, 주당 과외활동 지도 시간은 7.5시간으로 OECD 평균의 4배에 달한다. 같은 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간한 과로사 백서에서는 뇌심혈관계질환 및 정신질환으로 공무재해를 인정받은 중고교 교사의 90%가 과외활동 지도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과외활동 지도와 관련하여 문부과학성은 20183월 활동시간을 평일에는 2시간 내외, 휴일에는 3시간 내외로 제한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말 과외활동의 지도 주체를 학교에서 지역사회로 이관하려는 시도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 '귀택부', '부활동'을 하지 않고 귀가하는 경우도 존재함이 말해주듯, 학생들에게도 과외활동은 선택 사항이다. 그런데 이것이 교사 과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문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최근 새롭게 결성된 사학 교사 노동조합 등은 과외활동 지도를 실질적으로 임의화하는 협약 체결 사례들을 늘려나가고 있다.

 

일본의 대책 논의와 시사점

일본 내에서는 주요 대책으로 교사 정원의 증대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학교현업직원,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의 정규 채용, 비정규직 교사 및 현업직원의 정규직화, 잔업수당 지급 제도 개선, 교직원 평가제도 재검토, 휴직대체 인력 확보, 교사 지망생에 대한 장학금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 무엇보다 예산 문제가 중요한데, 사무보조, 급식 등 현업직 업무를 대상으로 한 예산 삭감 철회 요구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민간위탁 등으로 경비를 절감한 지자체 사례들을 지방교부세 산정기준에 반영시키는 방식을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교육현장 전반에 대한 예산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는 원성이 크다. 초등 학교의 경우 교과담임제 도입을 통해 교사가 모든 교과를 준비할 필요가 없이 담당하는 교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업무 부담을 줄이는 시도들이 확산되고 있다. 휴직자 대체인력 풀 확충과 관련한 시도로는 20227월 교육직원면허법 개정을 통한 교원면허 갱신제 폐지를 들 수 있다. 면허 갱신시 수강해야 했던 강습 또한 사라지면서 기존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줄었다. 유사한 맥락에서 민간부문에서의 경험을 교직에 살릴 수 있도록 특별교 원면허의 교부 조건을 완화한 지역들도 있다. 그밖에도 일본은 대부분의 학교가 지진, 태풍 등 대규모 재해 발생시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경우 전담 인력이 없어 교사들이 대피소 운영에 동원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잔업수당 지급 제도와 관련해서는 2019년 급특법 일부개정에 따라 공립학교 교원의 잔업 시간에 원칙적으로 월 45시간, 360시간 상한을 두게 되었다. 문제는 이른바 '재택잔업'이 증가하는 방식으로 잔업시간 상한이 무력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오후 4시반 일제하교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였다. 급특법 개정 이후 월 45시간 잔업시간 상한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된 것으로 과외활동 지도 등도 금지되므로 교사들의 수업준비 시간이 확보되면서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일부 사례들에서는 하교 후 아이들의 활동 지원과 관련하여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이들의 협력을 구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이 일본에서는 인력부족 심화를 계기로 교사들의 노동권 문제가 두드러지고 이를 둘러싼 움직임들이 활발해지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지방소멸 등이 가속화됨에 따라 현재와 같은 교사 정원감축 등의 방향이 일순간 역전되어 일본과 같이 인력부족과 과로 같은 문제들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늦기 전에 미리 교사들의 노동권 확보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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