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산별교섭 쇠퇴와 불평등 심화

by 센터 posted Ap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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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단체교섭 구조 변화를 위한 여정1)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임금 불평등은 영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이 글에서는 불평등 심화와 노동조합 조직률 및 단체교섭 구조의 변화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불평등 완화 방안으로 산업·업종별 단체교섭 복원을 꾀하려는 영국 사례를 소개한다.

 

불평등과 노사관계

 

영국에서 임금 불평등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심화하였다. 1975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소득에서 임금의 비율은 74.1%에서 66.8%로 떨어졌다. 반면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약 16%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하였다. 이 시기는 노동조합의 영향력 및 교섭력이 축소한 시기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영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79년 53.0%(조합원 수 약 1,300만 명)로 가장 높았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7년 23.3%(약 620만 명)로까지 떨어졌다 (최근 들어 약간 상승하여 2019년에는 23.5%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 조직률 하락과 이에 따른 교섭력의 감소는 영국에서 노동소득 비중 감소의 절반 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자동화나 세계화 등과 같은 요인도 불평등 심화에 영향을 미쳤지만, 집단적인 노동 조건 규율에 대한 노동조합 참여의 축소가 이러한 추세를 설명하는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림.png

[그림] 상위 1% 소득 비중과 노동조합 조합원 수 비교(1970~2012)

 

 

특히 노조 교섭력의 축소는 단체교섭이 산업·업종이 아니라 점차 기업 단위로 파편화되는, 구조의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은 다른 대륙 유럽과 달리 제도화된 산별교섭 전통이 강하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사용자단체의 주도 아래 해당 산업 내에서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상한 등 주요 노동 조건을 설정해 왔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전국 단위 단체교섭과 임금심의위원회(PRB)를 통한 임금 결정, 노동 조건에 관한 기본협약framework agreements 체결 등을 통해 해당 교섭 단위 내 모든 노동자들이 표준화된 임금·노동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노조 조직이 어려운 영역에서는 임금위원회wage council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단체협약 적용률은 1980년에 9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았고, 임금위원회가 폐지된 1990년대 초반까지도 5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979년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가 집권한 뒤 노사관계 전반 개혁, 노동조합에 대한 통제, 단체교섭권 박탈, 경영권 재확립 등의 정책을 펴면서 노조는 점차 쇠퇴하였고, 사용자들은 산업·업종별 교섭에서 탈퇴하였으며, 단체협약 적용률은 2011년 이후 30%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산업·업종별 교섭 통한 노동시장 재규제

 

이러한 현실 분석과 문제의식에 따라 최근 영국에서는 산업·업종별 교섭 복원을 통한 노동시장 재규제 필요성과 그 방안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업종별 교섭 약화와 노동시장 불평등 확대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산업·업종별 교섭sectoral bargaining이 1929년 대공황과 뒤이은 1930년대 경기침체로부터 자본주의 세계를 구해낼 수 있는 핵심 장치였던 만큼 이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업종별 교섭은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에서 일정한 룰을 마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실제 산업·업종별 교섭, 즉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교섭에서는 해당 교섭 단위 내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최저임금률 설정, 평균 임금에 대한 기대치 설정, 사용자 간 임금 체계 조율, 성별·고용형태별 임금 격차 조율 등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 간에 임금 체계와 제도, 수준 등에 관한 통일적인 기준 설정과 임금에 대한 하향 압력을 방지할 수 있다.

 

산업·업종별 교섭을 통한 노동시장 재규제 노력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2019년 총선 때다. 노동당은 불평등 완화 방안 중 하나로 산업·업종별 단체교섭을 포함한 좀 더 중앙집권화된 형태의 단체교섭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산업·업종별 노사 공동위원회 설치 및 단체협약의 적용 확대를 공약하였다. 이 공약의 토대가 된 것은 노동권연구소Institute of Employment Rights:IER가 2018년 노동법학자들과 함께 작성한 노동법 개정 선언Manifesto for Labour Law인데, 이 선언에서 제시하는 산업·업종별 교섭 방식과 단체협약 적용 범위 확대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노동부 장관이 산업·업종별로 노사 양측 대표로 구성되는 ‘OO산업·업종 노사 공동위원회OO Sector National Joint Council’를 설립한다.

2) 만약 사용자 대표가 참여를 거부한다면, 정부는 정부 기관과의 공동조달 계약에 대한 조건,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라이선스 및 프랜차이즈에 대한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대표의 참여를 독려한다.

3) 이렇게 구성된 노사 공동위원회에서 노사 대표는 해당 산업·업종에 적용될 최저 노동 조건에 대해 교섭한다.

4) 교섭의 결과로 체결된 단체협약은 해당 산업·업종 내 모든 사용자(준수 의무)와 노동자들(적용받을 권리)에게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노동당이 집권에 실패하면서 중앙 정부 프로젝트로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앞으로 산업·업종별 교섭에 관한 ‘공적 절차’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스코틀랜드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심하게 받은 영역(예컨대 시설 돌봄)에서 노동당이 공약한 ‘노사 공동위원회’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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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아래 4개의 연구 보고서를 주로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이정희·박제성·손영우·전인·Simms, 

M, P. Sheldon & E. Della Torre(2020) 『사용자단체 의의와 역할』, 한국노동연구원.IER(2018) 「Rolling out the Manifesto for Labour Law」, The Institute of Employment Rights.Goo-berman, L., M. Hauptmeir and E. Heery(2020), ‘A typology of employers’ assocaitions in the United Kingdom’. Economic and Industrial Democracy, 41(1), pp.229~248. Kennedy, L.(2018), 「Tackling Inequality: The Role of Trade Unions」, CLASS(Center for Labour and Social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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