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각지대,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

by 센터 posted Jun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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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각지대,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

 

기자회견.PNG

지난 5월 26일, 국회 앞에서 여성단체들이 주최한 법인대표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남녀고용평

등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수원여성노동자회

 

만약 당신이 법인대표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다면 어떻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면 근로감독관들은 법인대표는처벌 어려운 거 아시죠?”라고 운을 뗀다. 물론 형사고소를 한다면 가능할 수있지만 적어도 직장 안에서의 해결책은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직장 내 성희롱 조항은 형사적 처벌조항이 아니다. 직장 내 해결을 전제로 사업주의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해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취할 사업주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유일한 행정적 처벌조항은 사업주에 대한 것이다. 사업주가 가해자라면 고용노동부가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법인대표가 가해자라면 방법이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직장 내 성희롱 조항수규자는 사업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수규자라는 말이 조금 생소할 수 있으니 설명하자면 그 법령의 규율대상인 자라는 뜻이다. , 사업주는 과태료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규율대상이지만 법인대표는 아니라는 말이다.

 

대표이사가 성희롱을 해서 퇴사를 하게 되었다. 노동부에 진정하려고 알아보니 법인대표는 개인 사업주가 아니어서 처분이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사장이고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징계할 방법은 없는데 다르게 처분되는 게 말이 되나?”

대표가 성희롱을 해서 노동부에 진정했는데, 법인대표는 사업주가 아니라 상급자라서 사업주 성희롱 시 1천만 원 이하 과태료 적용이 안 된다고 한다. 상급자 성희롱으로 사업장에 시정지시를 하고 시정조치를 했다고 하면 종결하고, 시정조치 안 하면 법인에 과태료 500만 원 이하를 적용한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사업주 성희롱은 시정지시 절차 없이 성희롱 사실 확인 후 즉시 과태료를 처분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법인대표는 상급자로 취급하기 때문에 사내 시정조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사내 최고 권력자인 법인대표 스스로가 셀프 징계하고 노동부에 보고하면 시정지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하여 법 위반 사실 없음으로 통보된다. 셀프 징계는 경미한 조치로 때우거나 아예 징계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으로 사내 최고 권력자인 법인대표는 사내 조치의 대상이 아니다. 법인대표의 성희롱은 사내 조치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방법은 공적인 제재로 규율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공적 제재도 불가능하다. 법의 진공상태, 무법상태가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인 것이다.

 

대표이사 성추행을 경찰에 고소해서 집행유예지만 징역형을 받았으니 당연히 가해자는 법인에서 해임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법인대표를 유임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다른 징계도 없었다. 노동부에 진정했고 법인은 행위자 미징계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 (이후에도 징계를 하지 않아 노동부에 문제 제기하였으나) 노동부는 행위자를 징계하지 않은 것은 과태료를 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고··· .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법인대표 성희롱 징계안이 상정되더라도 요식행위에 그칠 뿐이다. 가해자인 법인대표는 버젓이 회사를 다니고 피해자는 그 속에서 숨조차 쉬기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주에 법인대표를 포괄하는 것으로 폭넓게 해석해도 문제가 되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다. 몹시 상식적인 제안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전에는 이렇게 상식적으로 해석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날 법인대표를 사업주로 해석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추측건대 과태료 처분을 받은 법인대표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행정소송은 정부조직이 아니라 근로감독관 개인이 감당해야만 한다. 판례에 입각하고 근로감독관을 보호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의 고육책이었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법인대표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만 고통받게 되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고용평등상담실의 2018~20217월까지 통계에 의하면 법인대표 성희롱 피해자는 소규모 사업장의 근속기간이 짧은 사회초년생이 많다. 인사권자인 법인대표에 의한 해고 또는 외형상 자발적 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법인대표의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인해 발생한 불리한 처우 비율은 89%로 나타나 몹시 심각한 수준이다. 최고 인사권자인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이 피해 노동자의 노동권·생존권 박탈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소규모 사업장들은 굳이 법인사업자를 내지 않았다. 개인 사업주가 대다수였던 시절에는 이 사각지대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사업장들도 법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법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중 60%에 육박한다. 법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나타나는 문제이다. 여성노동자회는 2018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2021년 송옥주 의원에 의해 개정법이 발의되었다. 얼마 전 한정애 의원도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고용노동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입법 예고를 한 바 있다. 21대 국회를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법인대표에 의한 성희롱 피해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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