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세대'를 대변하라_청소년에게 노동조합을

by 센터 posted Mar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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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CJ 제일제당 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김 군이 회사 동료들의 음주 강요와 폭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대전 소재의 마이스터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고등학생이었다. 유족들은 회사 직원들이 미성년자인 김 군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고, 엎드려뻗쳐 등 이른바 얼차려를 주면서 발로 머리를 차고 뺨을 때리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설 대목을 앞두고 하루 12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근로를 강압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 군은 사고 며칠 전, ‘회사 다니다가 뺨을 맞게 될 줄 몰랐다. 어제 한 대 맞고 진짜 맞자마자 울어버렸는데 왜 우느냐고 한 대 더 맞은 것 생각하면 아….’, ‘그냥 살아 있는 게 고통이 될 듯합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내일 난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등의 글을 친구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트위터 등에 남긴 바 있다.
특성화 고등학교 실습생이 겪고 있는 처참한 노동환경에 관한 논의는 2011년에 광주 기아차 공장에 있었던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아차 공장의 유해한 화학공정을 주야 맞교대로 10시간 이상 수행하던 특성화고 3학년 고교생은 뇌출혈로 쓰러져 2014년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12년도 12월에는 울산의 신항만 공사현장에서 실습생으로 근무하던 3학년 남학생이 작업선 전복 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였다.
실습생의 열악한 근로환경은 지난해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서 수행한 ‘고교생 현장실습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장실습생 1,080명이 응답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소자의 법정 근로시간인 35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89.1%에 달했다. 성인에게도 버거운 1일 10시간 이상을 근로하였다는 응답자도 19.1%에 달했다. 응답자 중에서는 주당 90시간 넘게 근무했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특성화고 실습생의 끊임없는 사건·사고와 열악한 근로환경이 문제가 되자 노동부·교육부·중기청은 ‘현장실습 제도개선 대책’을 2012년 4월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이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다가왔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성화고 실습생이 겪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고졸 취업자에 관한 이슈로 넘어가게 된다. 고학력 청년 실업자의 문제가 사회 전반의 주목을 받으면서 고등학교 졸업 직후의 취업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기조가 강화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 등장한 마이스터 고등학교도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였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평가지표에 취업률이 반영됨에 따라 자연스레 특성화고 졸업 직후 취업으로 넘어가는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2010년에는 19.1%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44.2%에 달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청소년기본법」 상 만 24세 청소년에 해당하는 이들 고졸 취업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들은 상당수의 또래 친구들이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를 받는 것과 달리 취업 전선에서 떠돌고 있으나, 그 어느 누구도 이 고졸 취업 청소년들이 어디에서, 그리고 어떤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일례로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마케팅 회사에 취직한 청년유니온의 여성 조합원은 회사에서의 과도한 업무, 사내에서의 회식 강요 등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퇴사를 하고 말았다. 그녀는 현재 레스토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청소년이 겪은 세상의 쓴 맛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그녀의 가족과 청년유니온 뿐이었다. 정부의 평가지침에 쫓긴 특성화고 일선 교사들은 어린 청소년들을 열악한 근무지로 내몰고, 이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관심에서 유리된 채 각박한 삶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간 고교졸업자의 7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 사회의 관심은 이 70%라는 숫자에 집중 된다. 청년실업 이슈는 사실 대학 졸업자에 대한 정책 기조로 풀이되며, 등록금 등의 이슈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제 70%라는 숫자의 여집합을 둘러보자. 30%.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이 숫자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어린 나이에 저열한 노동을 감내하고 있을 이들의 삶을 고민하는 집단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호명되지도 않는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이름 없는 세대’라 할 수 있다.
진단은 이 정도로 하고 해법과 전략을 모색해 보자. 교육적으로 접근해 본다면 특성화 고등학교의 역할이 요구된다. 정부평가에 쫓겨 학생들을 노동시장으로 내모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3년 정도의 시기 동안 고졸 취업자들을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며 AS(After Service)해야 한다. 취업했던 사업장에서 여전히 잘 일하고 있는지. 근무하는 중에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은지. 일을 그만두었다면 새로운 일자리를 어떻게 알아보고 있는지.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며 이들의 삶을 사회적으로 돌봐야 한다. 노동시장에 진입한 이상 사회인이니까 정부와 학교의 보호를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이 친구들은 만 24세도 안 된 청소년이다.
하지만 고졸 취업자들이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해 있는 이상 교육적 접근만으로는 완벽한 해법이 도출되기 어렵다. 노동시장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접근과 구분되는 추가적인 해법이 요구된다. 그렇다. 바로 노동조합이다. 만 15세부터 24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서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노동조합, 청소년유니온이 2월 말 출범과 설립신고를 앞두고 있다.
청소년유니온은 정규교육과정에서의 노동인권교육 제도화,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개선, 특성화고 실습과 고졸취업 이슈 등 3가지 미션을 중심으로 활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일하는 청소년, 일해 본 청소년, 일 할 예정인 청소년,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 한다. 청소년과 그의 선배들인 청년들이 함께 놀면서 자신이 경험한 노동의 문제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소구될 수 있는 기획을 도출하며, 차근차근 일을 벌여나가려 한다. 당사자의 디테일과 노동조합의 전문성을 결합시켜 이 세상의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 보려 한다. 이 지면을 통해 청소년노동조합의 설렘을 나눈다. 노동운동이라는 큰 길에 함께하는 동지, 선배님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글|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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