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자유와 불안 어딘가

by 센터 posted Jun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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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자유와 불안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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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서울시의회 주최로 열린 서울시 프리랜서 정책 토론회 @청년유니온

 

지난 5, 노동절을 맞아 서울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이 본인의 일 경험을 에세이로 작성했다. 에세이를 쓴 조합원들은 프리랜서, N잡러, 기간제 노동자 등 비정규 노동을 했거나 하고 있었다. 첫 번째 에세이는 프리랜서 강사를 했던 조합원 글이었다. 글을 업로드하자 한 댓글이 달렸다. 긴 댓글이었는데 그중 스타강사를 언급하며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의 장점을 이용해 소득을 높이라는 조언이 있었다. 의문이 들었다. 프리랜서, 정말 자유롭게 일하나? 소득 올리기 좋은 환경인가?

 

나 홀로 프리랜서·플랫폼 노동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의 지원을 받아 청년유니온과 유니온센터가 함께 나 홀로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상담을 시작했다. 최근 촬영 일을 하는 프리랜서와 상담한 적이 있다. 그는 소득을 올리긴커녕 손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구두계약을 하고 클라이언트와 일을 진행했다. 구두계약이어도 보수, 촬영 날짜를 구체적으로 정한 상태였다. 프리랜서는 약속한 날짜에 클라이언트와 촬영할 것을 믿고 돈을 지불해 촬영 장비를 미리 대여해 놓았다. 그런데 클라이언트가 당일에 촬영 펑크를 냈다. 다른 날로 미룬 것도 아니고 촬영 자체를 취소했다.

내 주위에도 프리랜서가 있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일하는 양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한다. 회사에 소속된 사람은 본인 상황에 따라 일의 양을 조절하기 어렵다. 그에 비하면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기대만큼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였다. 생계유지를 위해 돈이 필요하니까 무작정 일하는 양을 조절할 수 없었다. 마감이나 클라이언트 요구 때문에 아무 때나 일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일을 혼자 감당해야 해서 버거워 보이기도 했다. 직접 이동해 강의를 하는 일인지,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지, 업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프리랜서는 자유롭다는 포장 뒤에 가려진 불안정함이 크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위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갑자기 일정을 취소당해 손해를 입어도, 일한 후 임금을 못 받아도 노동청에 기댈 수 없다. 민사소송, 지급명령신청 등이 프리랜서가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러 지자체에 프리랜서 조례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을 보장받기도 쉽지 않다.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임금 기준이 없고 아주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해도 문제 제기하기 어렵다. 또한 국세청 사업소득 원천징수액으로 프리랜서 1인당 연간 소득을 추정했을 때 연간 평균소득이 약 1565만 원으로 나왔다. 평균이니 편차가 있겠지만 프리랜서가 소득을 올리기 쉬운 상황은 아니다.

 

프리랜서 이미지 혹은 환상

프리랜서가 정말 자유로운지 의문을 표했지만 사실 나 역시 프리랜서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자유로움이 떠오른다. 유튜브에 프리랜서를 검색하면 자유로움에 멋짐까지 갖춘 프리랜서들을 접할 수 있다. 영상 편집도 세련되게 하고, 능동적·주체적인 느낌을 풍긴다. 수입 파이프라인, 안정적으로 수익 올리는 법을 이야기하며 고소득을 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유튜브에서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프리랜서들도 볼 수 있다. 한 프리랜서는 일이 끊겨 불안함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일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재택하는 프리랜서들은 공통적으로 시간 엄수, 루틴 지키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루틴을 지키기 위해 일이 끊겼어도 일정한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했다.

어릴 때 막연히 상상한 커리어우먼 이미지가 생각난다. 어른 되면 비즈니스룩을 입고 커피 들고 다니는 멋있는 커리어우먼이 되는 줄 알았다. 프리랜서나 커리어우먼이나 막연히 좋게만 포장된 이미지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상상처럼 멋있는 커리어우먼은 현실에 실제로 있을 것이다. 다만 일하는 여성 모두가 어릴 적 상상처럼 멋있지는 않다. 또한 멋있는 커리어우먼도 과로에 시달리거나 직장 내 괴롭힘, 임금 체불에 힘들어할 수 있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상상만큼 자유로운 프리랜서도 그렇지 않은 프리랜서도 있다. 자유롭게 일하며 고소득을 올리는 프리랜서라도 모든 것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부당 대우를 받은 후 기댈 만한 사회 안전망이 없어 애를 먹을 수 있다.

 

프리랜서의 육아

출산,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은 5인 미만 기업이나 서비스업, 시간제 일자리 등에 재취업하는 비중이 높다. 어쩌면 프리랜서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책으로 출간된 프리랜서 에세이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에 중간중간 여성 프리랜서가 겪는 어려움이 나온다. 육아 책임이 여성에게 떠밀려져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를 시작한 여성들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원해서 프리랜서를 시작했고 확고한 본업이 있음에도 남들에게 살림이나 하면서 일도 조금 하는 애로 비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프리랜서를 애 키우기 좋은 직업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며 기혼여성에게 프리랜서를 권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애 키우기 좋은 직업이라는 말을 보고 프리랜서가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배제되고 있음이 떠올랐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음을 증명하면 초등학교에 있는 돌봄전담사가 방과 후에도 아이를 돌봐준다. 맞벌이를 증명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증, 재직증명서 등이 필요한데 프리랜서 특성상 증명하는 서류를 내기 어렵다. 프리랜서는 학교마다 서류 기준도 다르고, 아예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유치원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는데 마찬가지다. 여성에게 육아 책임이 가중되는 사회 분위기상 부부 중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이 여성(아내)이라면 비교적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일을 한다는 죄로 일과 아이를 동시에 끌어안고 자유롭지 못하게 일할 가능성이 크다.

 

프리랜서의 권리

정규직, 풀타임 일자리를 향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선 프리랜서가 늘고 있다. 취업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를 택할 수도 있다. 취업해도 낮은 연봉, 워라밸 없음, 강압적 조직문화에 시달리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하는지도 모른다. 유동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고 싶어서, 혼자 일하는 것이 잘 맞아서 등 개인적인 동기로 프리랜서를 시작할 수도 있다. 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 결과, 프리랜서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국세청 사업소득 원천징수 기준으로 프리랜서 수는 787만 명으로 추산된다. 2008년과 대비해 2.78배 증가했다.

프리랜서는 계속 늘어나는데 관련 제도는 미비하다. 프리랜서 출산급여 지급 등 프리랜서를 위한 지원이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아직 한참 모자라다. 최근 플랫폼·프리랜서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자유로움 뒤에 가려진 불안정함을 제도가 받쳐줘야 한다. 프리랜서도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튼튼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권하늘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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