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를 연결하는 프리랜서

by 센터 posted Jan 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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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를 연결하는 프리랜서

 

권하늘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나는 한때 프리랜서 연극배우였다. 프리랜서지만 소속된 조직이 있었다. 대학교 졸업과 맞물려 한 극단에 들어갔다. 극단마다 시스템이 제각각인데, 어떤 극단은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며 단원들이 극단 작품을 최우선으로 여기도록 만든다. 단원 간 결속력도 강하다. 반면, 내가 속한 극단은 단원 간 결속력도 그저 그랬고 극단 명맥을 유지할 만큼만 활동했다. 유명한 연출가가 대표로 있는 꽤 알려진 극단이었으나 이름값 외에 별 실속이 없었다. 달마다 20,000원씩 내는 회비 외에는 내가 단원임을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그래도 굳이 극단에 남아있었던 이유가 있다. 소속감 때문이었다. 어느 초등학교의 학생, 어느 대학교의 학생으로 살다가 갑자기 아무 소속 없는 사람이 되기 무서웠다. 또한 극단은 커뮤니티 역할을 했다. 단원들이 종종 모이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유대감을 느꼈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극단에 살짝 몸담았던 과거를 지나 현재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일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올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프리랜서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참가한 프리랜서들의 직업이 다양했고 각자 처한 상황도 달랐다. 프리랜서라는 점 외에 다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프리랜서 커뮤니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었다. 어떤 프리랜서는 매일 만나야 하는 직장 동료가 없어 좋지만 동시에 가끔 외롭다고 했다. 또 다른 프리랜서는 일 정보를 얻기 위해 동종업계 프리랜서 커뮤니티에 자주 참여한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이는 프리랜서 커뮤니티를 포함해 일하는 여성 커뮤니티나 취미 동호회에 참여하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한 시도를 자주 한다고 했다. “프리랜서에게도 소속감이 중요하다”며 프리랜서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고자 하는 프리랜서도 있었다. 커뮤니티 필요성을 느끼는 프리랜서가 많은 만큼 여러 개의 온오프라인 프리랜서 커뮤니티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새로 생기는 커뮤니티들도 있다. 프리랜서들이 스스로 프리랜서간 연결할 필요를 느끼며 프리랜서들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를 모으고 연결하는 방법으로 프리랜서 상호부조조직도 고려할 수있다. 프리랜서 인터뷰 참여자 중 많은 프리랜서를 모아 서로 필요할 때 프리랜서 소액대출을 해주면 좋겠다는 분이 있었다. 비슷한 시도를 한 프리랜서들이 이미 있다. 프리랜서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있는데 소액대출이 가능한 예술인 프리랜서 협동조합이 존재한다. 11월 23일, 광주청년유니온이 참여한 ‘광주지역 프리랜서 원탁회의’에서도 프리랜서 상호부조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프리랜서들이 상호부조조직을 매력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프리랜서 협동조합, 공제회등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리랜서 노동조합은 어떨까. 12월 6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유튜브 시대의 이면, 영상 편집자의 노동실태’ 토론회를 열었다. 실태조사 결과, 영상편집 노동자 대다수가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 노동환경개선 필요도 부분에서 표준계약서, 편집단가 기준 등 거의 모든 항목에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답이 많았다, 영상편집자의 권익을 위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4%로 높게 나왔다. 74% 중 노동조합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45%였다. 프리랜서 커뮤니티, 프리랜서 상호부조조직과 마찬가지로 프리랜서 노동조합 또한 이미 존재한다.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방송작가유니온 등 프리랜서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1월 유스토리.jpg

 

재밌는 모임을 준비하는 것도 프리랜서들을 연결하고 모으는 방법이다. 청년유니온과 프리랜서 인터뷰에 참여한 프리랜서들이 함께 파티를 기획해 다른 프리랜서들을 초대했다. 연말파티 제목은 [DUTY FREE DAY]였다. 파티 기획회의에서 처음 DUTY FREE를 들었을 때 ‘웬 면세점?’ 하며 의아했다. DUTY는 세금이라는 뜻도 있지만 직무, 업무라는 뜻도 있다. 직무, 업무에서 자유롭기 위해 DUTY FREE DAY를 파티 이름으로 사용했다. 부제는 [‘일 생각’에서 해방되자]였다. 내가 ‘일’에서 해방되자고 적자 프리랜서 한 분이 일이 아니라 일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셨다. 일 그 자체에서 벗어나기도 어렵지만 일 생각을 떨쳐내기가 어렵다고.

프리랜서들과 함께 파티를 준비하며 세심한 아이디어에 놀랐다. 세심한 아이디어 덕분에 [프리랜서 연말파티 : DUTY FREE DAY]는 즐겁게 진행되었고 새벽까지 뒤풀이가 이어졌다. 인터뷰가 파티로 이어졌고 파티는 무엇으로 이어질까. 내년에도 프리랜서들과 계속 만나며 프리랜서가 프리랜서를 연결하는 과정을 함께할 예정이다.

 

프리랜서 중 집이나 작업실에서 나 홀로 일하는 프리랜서가 많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이 모이기 어렵다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장담할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프리랜서 수가 늘어난다는 것. 그동안 프리랜서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프리랜서 전반을 연결하기보다 비슷한 직업을 가진 프리랜서끼리 연결하는 시도가 많았다. 프리랜서 커뮤니티, 프리랜서 협동조합, 프리랜서 노조를 살펴보면 대다수 특정한 직업, 직군을 전제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물론 필요하다. 다만, 특정한 직업에 한정해 프리랜서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아니라 모든 직업을 망라해 프리랜서가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직업을 뛰어넘어 프리랜서를 모으고 연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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