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노동자, 지켜져야 할 권리

by 센터 posted Dec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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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원 센터 청년활동가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이름 그대로 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의 권리를 지키는 일을 한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노동 인권 교육도 받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설문조사는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들의 노동 현황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설문지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이 적힌 팸플릿, 그리고 소정의 기념품을 가지고 할당된 지역 지하철 역사 내 4개 업종(편의점, 빵집, 화장품 가게, 카페)을 돌아다니면서 아르바이트 현장 실태조사를 하는 일이다.


전전긍긍했던 첫 경험


설문에 응해달라고 말하는 건 매순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경계태세가 다분했다. 거절당할 때마다 막막했다. 거절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일하는 곳에 피해가 간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매장을 찾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발에 불이 나게 매장들을 돌아다녀야 했다.


처음 조사하러 간 곳은 규모가 있는 제과제빵점이었다. 일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공공기관 실태조사를 해본 경험이 있어 나름 당당하게 판매대로 향했다. 매니저를 찾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있는지를 묻고, 실태조사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공공기관의 공문이 있으니 그나마 쉽게 응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니저는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냉랭한 분위기에 바짝 긴장했다. 당장이라도 나를 쫓아낼 것 같았다. 매니저는 어디서 왔는지, 무엇 때문에 조사를 하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설문지를 작성해주었다. 그 사이 매니저는 사장에게 연락을 해 공문을 보며 설명하고 있었다. 설문이 끝난 뒤 준비해간 기념품과 팸플릿을 주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건넸다.


매장문을 나서며 혹시나 설문지를 작성해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사장에게 핀잔을 듣지는 않을지, 나 때문에 일터에서 쫓겨나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했다. 예전에 실태조사를 했던 다른 매장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조바심이 났다. 설문에 답해서 피해를 입으면 책임질 거냐고 따져 물어온 적도 있다. 그러나 설문지에는  참여한 사람의 이름도, 사업장의 지명도 적지 않는다. 실태조사를 요청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얘기도  이름과 일하는 곳은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설문에 응하는 사람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내가 왜 설문지를 작성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걱정해야 하는지, 나를 왜 경계하고 거부하는지 화가 났다. 사용자들이 노동 조건을 지키면서 일을 시킨다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당당하게 설문에 응하는 것을 허락할 것이고, 나도 조사를 다닐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다.


알바인권선언.jpg

알바노조 편의점모임은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편의점 알바 인권선언’ 기자 회견을 했다.(@알바노조)


아는 만큼 챙기는 권리


알바천국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고용주 1,3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가운데 주휴수당을 실제로 받은 경우는 37.9퍼센트에 불과했다. 대상자의 79퍼센트는 주휴수당이라는 제도를 알고 있었고, 아르바이트 노동자 82.6퍼센트, 고용주 가운데 75퍼센트가 들어본 적이 있다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주휴수당 계산 방법과 주휴수당 소멸시효를 아는 비율은 고작 18퍼센트였다. 보장된 휴일을 챙기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10명 중 6명 이상이라고 나타났다.


빠르면 10대, 보편적으론 20대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12년의 학교 교육에서 노동자들이 알아야 할 권리와 의무는 알려주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 권리지킴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알려주는 곳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알지 못하면 겪을 수밖에 없다.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당연히 누려야 할 휴식시간에도 일을 해야 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 더 이상 아르바이트는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구제되지 못한 사람들에겐 삶을 살아가는 생계수단이다.


노동 교육을 받게 된다면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근로 계약서 작성은 당연한 것이고, 최저 시급은 얼마인지, 휴게시간엔 자유롭게 쉬어야 하고, 퇴직금과 주휴수당, 연차 휴가 등에 대해서만 알아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상처 받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내가 하는 일이 노동 환경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많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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