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와 부품사의 검은 카르텔

by 센터 posted Apr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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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호|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 센터 기획편집위원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승우와 이병헌은 언론과 거물 정치인, 그리고 대기업 총수가 결탁한 거대 권력에 맞선다. 영화 초반, 거대 권력 회합 자리에서 대기업 총수는 ‘비정규직법 진행 과정’을 묻고,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이번 국회에서 넝마가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대기업 오너의 입맛에 맞게 언론과 정치, 한국 사회 전체가 설계되는 모습은 섬뜩하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엔진의 피스톤 링을 만드는 유성기업은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지켜온 사업장이다. 유성지회는 ‘회사는 정규직의 업무를 파견, 용역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단체 협약으로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었고, 발암물질인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사측과 합의했다. 2009년에 합의된 주간연속2교대제는 2011년에는 심야노동을 없애는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어느 공장에서도 시행되지 못했던 주간연속2교대제가 현대기아차와 부품사·계열사에 몰고 올 영향은 컸다. 그렇게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의 눈엣가시가 되었다. 그리고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 사측은 일방적인 직장폐쇄를 시작으로 ‘노조 파괴’에 돌입했다. 파업은 6일 만에 공권력에 의해 진압되었고, 현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에게는 ‘어용노조’와 징계와 차별, 고소고발, 임금 삭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몰카.jpg

비상구 표시등 몰래카메라


전쟁터를 방불케 한 현장


2011년 이후, 회사 관리자들의 주 업무가 ‘유성지회 조합원 감시’로 바뀌었다. 공장 곳곳에 콘센트와 비상등을 가장한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었다. 일부 관리자들이 “나는 CCTV가 아니다”라며 회사를 그만둘 만큼 감시는 일상화되었다. 어용노조 위원장은 전기충격기까지 들고 다니며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협박했다. 관리자들은 폭력, 성추행을 일삼았고, 갖은 핑계를 들어 유성지회 노동자들을 징계하고, 임금을 삭감했다. 어용노조를 종용하는 이들의 협박에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공장 내 다양한 모임을 하며 끈끈한 직장 생활을 해오던 노동자들의 삶은 망가졌다. 그 속에 2016년 3월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광호 열사가 있었다.


영화와 현실은 닮아간다


2011년 다른 부품사들의 부품단가가 7.9퍼센트 인하할 때 유성기업의 부품단가는 23.3퍼센트 증가했다. 파업 때문에 기업이 어렵다고 징징거리던 때 매출액은 362억 원이 증가했고, 순이익은 89퍼센트가 증가했다. 이 시기 만도기계, 보쉬전장, 발레오전장, 대림자동차, 상신브레이크 등 현대차 부품사 대다수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노동조합이 파괴되었다. 부품사들의 행보는 사전에 설계해놓았던 계획을 집행한 것처럼 일사분란 했다.


유성기업에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실행된 이후 노동자들은 위험해졌다. 회사의 노조 파괴와 노동자 괴롭히기에 시달려 일반 시민보다 우울 고위험군, 사회심리 스트레스,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이 6배나 현저히 높았다. 지금도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과 열사의 죽음이라는 고통 속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또 다른 죽음을 막아야 한다’며, 이렇게 동료를 보낼 수 없다며 서울로 올라왔다. 그렇게 분향소를 차리고, 경찰의 분향소 침탈에 쓰레기봉투를 덮고 자면서도 20일 넘게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은 흘러간다. 어느덧 열사가 돌아가신 지 한 달이 훌쩍 넘었고, 분향소가 만들어진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기아차와 유성기업은 묵묵부답이다.


영화는 현실을 닮아가고, 현실은 영화를 닮아간다. 2011년 고급요정에 현대기아차 오너와 부품사 사장들이 모여 회합을 갖는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확인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다. 그들의 검은 카르텔이 미친 영향은 영화보다 더 처참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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