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나쁜 친구 '생탁'을 가다

by 센터 posted Jul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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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성덕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



파업, 단결과 연대


작년 씨앤앰 원청을 상대로 한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이하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의 파업 투쟁은 노동조합 결성 2년차인 나와 조합원들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파업 투쟁 205일, 노숙농성 177일 씨앤앰 정규직에 속해 있는 씨앤앰지부와 함께한 연대파업, 민주노총 서울본부 주체의 한일 노동조합 교류 방일 방문, 광화문 프레스센터 전광판 위 고공농성 50일, 나와 임정균 동지가 고공농성을 할 때 조합원들이 10일 간 단식 투쟁을 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파업 투쟁은 나에게 자본주의의 악행을, 일본 방문은 노동자의 단결을, 고공농성은 연대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세 아이의 아빠이면서 해고자도 아니었던 임정균 동지가 해고자였던 나에게 “성덕아 우리 같이 전광판에 올라가자”라고 했을 때 거리낌 없이 대답을 했을 때처럼 6월 6일 부산으로 향하는 희망버스는 나 스스로에게 보고 느낀 것들을 연대로 실행하는 일련의 행동이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부산시청 앞 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송복남, 심정보 두 동지에게 연대를 통해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희망버스에 올랐다. ‘연대란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희망버스에 오른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으로 나의 첫 번째 지방연대, 처음 타는 희망버스는 그렇게 출발했다.


생탁2.jpg

경찰들로 봉쇄된 부산 합동양조 연산제조장 생탁 공장 앞


희망을 가득 담아 부산으로


희망버스 탑승 명단을 보았을 때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 최유홍(사단법인 희망씨 이사장) 동지와 티브로드 비정규직지부의 박호준 동지의 이름이 2호차 명단에 있었다. 서로 연락을 해서 같은 희망버스를 타는 것은 아니었지만 동지들의 이름을 보니 편안함이 느껴졌다. 희망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같은 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소개 시간을 가졌다. 짧은 소개 시간이지만 각각의 사업장 상황과 왜 희망버스를 타게 됐는지 이야기했다. 각자의 소개 시간을 마치고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문화제에서 마지막으로 부를 ‘동지가’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는데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난 몇 번이나 울컥했고 눈시울을 적셨다. 특히 ‘살을 에는 밤 고통 받는 밤 차디찬 새벽서리 맞으며 우린 맞섰다. 사랑 영원한 사랑 변치 않을 동지여 사랑 영원한 사랑 너는 나의 동지’ 라는 가사에서 지난 날 나와 동지들의 투쟁과 전광판 위에서의 감정들이 생각나서 더욱 그런 듯했다.


부산 도착 전까지의 자유 시간에는 송복남, 심정보 두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 쓰는 시간을 가졌다. 난 두 동지에게 어떤 글을 써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왜냐하면 최근 고공농성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각각 다른 환경 속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타케미칼의 차광호 동지의 굴뚝, 쌍차의 이창근, 김정욱의 굴뚝, 희망연대노조 LG, SK 비정규직지부의 장연의, 강세웅의 광고탑 위, 나와 임정균 동지의 광고탑 위는 분명 다른 환경 속에 놓여 있었고 그런 각각의 환경들은 분명 당사자들이 헤쳐 나가야 할 문제이기에 지상에 있는 내가 광고탑 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송복남, 심정보 동지에게 편지로 써서 이야기할 바가 아니었다. 며칠 전 굴뚝일보 인터뷰를 위해 장연의, 이창근 동지를 만난 자리에서도 분명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문제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난 편지에 전광판 위 농성 방법 등은 운운하지 않았으며 두 동지를 응원하고 항상 마음으로 연대하겠다는 편지를 썼다.


나쁜 친구 생탁


생탁의 부산합동양조 연산 제조장에 도착했을 때 난 ‘좋은 친구 생탁’이라는 공장의 간판을 보고 실소를 하게 됐다. 예전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 SK의 ‘이노베이션’ 광고 케이블 노동자인 티브로드의 근무복에는 ‘세상을 여는 창 T-broad’라고 적혀있다. 많은 기업들은 해마다 트렌드 흐름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업이 마치 휴머니즘을 실현하고 있는 듯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난 ‘생탁’이라는 막걸리를 잘 알지 못했다. 나뿐 아니라 아마 경남 이외의 지역에서는 ‘생탁’이라는 막걸리를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된다. 생탁은 경남 부산지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장수 막걸리의 뒤를 이어 국내 막걸리 업계 매출 2위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마치 대한민국의 60년대를 연상케 하는 대우를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생탁 노동자들은 아침, 점심을 회사에서 먹지만 그들의 한 끼 식대는 1인당 450원 정도의 음식을 제공받고 있으며 일요일 근무 시에는 1인당 고구마 한 개나 삶은 달걀 한 개를 나누어준다. 연차 휴가를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음에도 사규에는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된다고 적혀 있다. 어머니 팔순에도, 장례식 상주를 해야 함에도 예외 없이 근무를 하고, 버스가 다니지 않는 새벽 4시에 버스비를 주며 출근을 시키고 있으며 심야수당 같은 것은 없다. 한겨울에는 발이 너무 시려 장화를 지급해 달라 요청해도 노동자들에게 네가 사서 신으라 하고 근무 중 다쳐도 산재 처리는 되지 않는다. 생탁의 사장은 41명이고 매월 받아가는 배당금은 한 명당 2,300만 원이다. 사장의 연봉은 매출의 1/3인 100억 원이지만 노동자 총 인건비는 매출의 10퍼센트 미만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휴게실은 쥐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고, 쓰다 버린 술탱크에 지하수를 받아 만든 샤워실을 사용한다. 그러나 사장은 200억 원을 들여 생탁 신사옥을 지었고 대기업 회장실 같이 호화스럽게 사장실을 꾸며 놓았다.


생탁1.jpg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온 노동자들


희망을 함께하고 연대와 관심을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도착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연산 제조장 앞에서 사전 집회를 마치고 부산시청 앞 전광판 농성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연산 제조장과 부산시청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금방 도착했다. 도착과 함께 전광판 위에 올라가 있는 두 동지를 보면서 ‘도대체 왜 노동자들은 계속 어디론가 올라가야만 하는가?’, ‘왜 시민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이토록 무관심할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왔다. 다른 고공농성을 했던 사람들과 내가 그렇듯 좀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있었다면 저렇게 어딘가로 올라가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6월 6일 생탁의 파업 투쟁은, 희망연대노조의 투쟁은 힘들다고 말하지 못할 정도인 404일의 파업 투쟁과 광고탑 위 농성 52일이 되는 날이었다. 송복남(생탁), 심정보(한남교통)는 사업장은 다르지만, 두 사업장 모두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새노조에 밀려 교섭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권영국 변호사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문제점”이고 “두 노동자는 이 땅의 인간다운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저기에 올라가 있다. 이들이 살아 내려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의 연대와 단결 뿐"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한 가지의 문제점과 한 가지의 과제를 말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연대와 단결이라는 한 가지의 과제일 것이다. 우리가 연대와 단결을 하면 다른 한 가지의 문제점은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송복남, 심정보 두 동지! 투쟁은 아래에 있는 동지들에게 맡기시고 광고탑 위에서는 오롯이 건강만 챙기시고 꼭 건강하게 아래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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