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의 죽음, 그 후 1년

by 센터 posted Jan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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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외국에 사는데 회원이 될 수 있나요?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회원가입을 했는데 돈이 안 빠져나가서요. 혹시 신청이 안 된 건가요?”

“제 책 인세를, 저의 회의 참가수당을, 제가 받은 일당을 보태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26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많은 사람의 지지와 격려로 출범했다. 하나의 조직이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 이런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김용균재단은 고 김용균 노동자 투쟁의 결과물이고 김용균 투쟁을 이어가며 확산하는 조직이다. 


김용균의 죽음이 사회에 던진 질문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 살인을 당한 24세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 그의 주검은 12월 11일, 시커먼 석탄이 쌓여서 잘 보이지도 않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채 몸과 머리가 따로 발견되었다. 잔인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노동자들은 아직도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장에 복귀하지 못한 이도 있다. 유족은 오열했다. 그러나 회사는 깨끗한 마대자루를 가져와 청년 노동자의 잘린 몸뚱어리를 치우게 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미 김용균의 죽음이 있기 전 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은 일상이었다.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5개 발전소에서는 291명이 사고를 당했다. 확인된 사고만 그러하다는 말이다. 그 중 98퍼센트가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그 기간 동안 산재 사고로 죽은 노동자는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원청인 발전사들은 무재해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산재 보험료를 감면받았다. 고 김용균이 일했던 한국서부발전소에서만 지난 6년간 58건의 산재 사고가 발생했지만, 정부로부터 무재해인증을 받아 산재 보험료 22억 4천6백만 원을 감면받았다. 하청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는 곳이 원청회사, 발전소임에도 원청회사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발전소에는 사고점수를 매길 때 원하청 노동자의 목숨값을 다르게 매기고 있다.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사고당할 때 감점점수가 다르다. 위험한 곳이 외주화되어 있어서 하청 노동자들이 더 산재를 많이 당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목숨값은 비상장치를 마련하는 것보다 싸다. 


심지어 그 목숨은 기록되지 않기도 한다. 한국서부발전이 2019년 6월에 내놓은 안전기본계획서에는 김용균의 죽음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사고가 난 2018년 사망사고자 기록에 김용균은 없었다. 2018년 사고가 났지만 산업 재해로 인정받은 게 2019년이라서 2018년 현황에는 빠졌다고 했지만 2019년 사망 사고자에도 김용균은 없었다. 온 세상이 다 아는 김용균의 존재를 원청사는 지워버렸다. 


한 노동자의 죽음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을 가지고 우리는 유족과 함께 62일간 태안에서, 서울에서, 전국에서 김용균들과 같이 싸웠다. 당정합의문이 발표되고,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사과문과 대책위와의 합의서가 마련되었다. 김용균의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은 아니어도 답을 제출했고 이행만 남긴 채 우리는 마석 모란공원에 그를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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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7일 종각역 사거리에서 열린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대회(@김용균재단)


투쟁의 의미를 담아 김용균재단 출범


피해자인 유족들은 아들을 잃고 난 뒤에 감춰졌던 세상을 보게 되었다. 텔레비전으로 보던 세상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진짜 세상의 모습을 알게 되었고 과거의 일상을 버리고 거리로 나섰다. 또 다른 용균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것이 아들의 뜻을 이어받는 것이라고 했다. 


산재는 막을 수 있고 예방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는 비용 절감과 이익 최대화가 ‘선善’이 되어 자본을 위한 논리만 난무하고 있다. 산재 예방을 위한 비용이나 기업주가 책임져야 하는 사회적 비용보다 노동자의 목숨값이 더 싸기 때문에 사고는 방치되고 조장되고 있다. 이것을 바꿔내는 활동이 있어야만 또 다른 용균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덜 죽게 할 수 있다. 하루 6~7명이 죽어 나가는 이 사회에서 죽음의 숫자라도 줄여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법과 제도를,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 비용보다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알아야 하고 요구할 수 있을 만큼 힘이 강해져야 한다. 산재를 양산하는 사회 구조, 작업 구조, 고용 구조를 바꿔내고 피해자•피해자 가족이 이 운동의 주체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2019년 4월,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조직을 만들기로 하고 사업 방향을 잡았다. 첫째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산업 재해를 더욱 만드는 구조이니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기로 했다. 둘째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노동 재해•사회적 참사를 줄이고 나와 내 이웃의 삶과 안전이 이어진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청년 노동자들의 일자리 쟁탈전, 그러나 질 낮은 일자리만 얻게 하는 경쟁시스템이 우리 사회에서 힘을 잃게 만들기로 했다. 


현재 김용균재단은 700여 명의 후원회원이 있다. 후원회원 3천여 명을 모집하려고 한다. 자본과 정부의 지원금이 아니라 지지하고 응원하며 함께하는 노동자·시민의 후원금으로 활동을 하려 한다. 그래서 2020년에는 사단법인 후원회원을 많이 모집해서 더 넓게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김용균재단은 이후 김용균과 김용균들의 삶을 추모하며 기억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어느 신문의 1면을 채운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이름 석자가 공개된 것은 김용균뿐이다. 죽어서도 왜 죽임을 당했는지 밝히지 못하는 사람들을 더 만들어서는 안 된다. 왜 일을 하다가 죽임을 당했는지 꾸준히 밝히고 알려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삶과 존재를 잊지 않도록 김용균재단이 사회적 기억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이 사회는 노동의 권리에 대해 알려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회사는 거짓말로 사건을 묻고 싶을 뿐이고 보상금만 이야기한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사고를 당한 이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권리 매뉴얼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공유하려고 한다. 그 활동을 통해 산재 피해 가족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주체로 나서게 될 것이다. 


새로운 주체들과 우리는 법과 제도를 바꾸는 투쟁도 할 것이다. 산재는 살인이다. 그 살인에 대해 책임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제정해야 하고, 누더기가 된 산업안전보건법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기업주들의 인식을 바꿀 방안도 필요한데 그것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처럼 많은 청년이 이 사회에서 싼 노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주 노동자, 청소년·청년 노동자는 일자리의 질을 따지지도 못하고 권리를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불안정 노동자의 목소리를 우리는 들어야 한다. 김용균재단은 그들의 목소리를 확산시킬 것이고 불안정 노동을 없애나갈 것이다. 


이런 활동의 시작점은 정부가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안을 이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 김용균 투쟁의 결과로 탄생한 김용균재단은 김용균 특조위의 22개 권고안이 이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단초가 된다고 판단한다. 사고는 반복적으로 비슷한 곳에서 죽음을 만들고 있다. 개선책이 나와도 사업주가 이행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우리는 권고안을 이행하게 만들기 위해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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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열린 김용균재단 출범대회(@김용균재단)


기억하고 싸워나갈 김용균재단에 후원을 


공공기관이라고, 좋은 회사라고 기뻐하며 양복 한 벌 사 입혀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보냈는데 3개월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그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졌고, 숨겨져 있거나 들여다보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산업 재해에 눈을 돌리게 했다. 왜 매해 2,4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죽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고, 막을 방법이 무엇인지 들어보게 했다. 

“나는 왜 죽어야 했나요?” 

“죽지 않을 방법은 없었나요?”

그 질문의 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김용균재단이다.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는 지속적으로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노동 안전과 고용 형태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할 김용균재단이다. 김용균이라는 빛, 그 빛을 본 이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김용균재단은 세워졌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는 세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힘을 모아주실 분들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과 만나기

홈페이지 http://yongkyun.nodong.org 

페이스북 페이지 :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후원계좌 : 기업은행 149-102525-04-012 

후원회원 가입 : http://bit.ly/김용균재단사단법인 김용균재단과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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