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직종별 단체협상을 위한 뉴질랜드 노조의 30년간의 투쟁

by 센터 posted Mar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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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직종별 단체협상을 위한

뉴질랜드 노조의 30년간의 투쟁

 

박선민 뉴질랜드 First Union 활동가

 

아오테아로아(마오리 원주민 언어로 나라 이름) 또는 뉴질랜드(영국 식민지 이주자 언어로 나라이름)는 마오리족 수장들과 영국왕실을 대표하는 이들이 1840년에 체결한 와이탕이Waitangi 조약으로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한 오세아니아해에 위치한 자치령 섬나라이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기에 노동법을 포함한 여러 가지 법들이 영국과 호주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한국여권으로는 비자 없이 3개월간 여행할 수 있으며, 많은 한국인이 워킹 홀리데이비자로 일하고, 영어도 습득하며 여행도 하고 돌아간다. 한국인은 오클랜드의 노스쇼어North Shore 지역과 헨더슨Henderson 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 슈퍼마켓, 음식점, 건강식품점 등이 분포해 있다. 인구는 대략 500만 명 정도이고, 오클랜드에 160만 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때는 섬나라 특성상 나라 입출국을 거의 차단하여 한동안 이민자, 여행자, 유학생이 고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들어오지 않아 2021년에 실업률이 3%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4% 정도로 올랐다.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들과 프랑스,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등 몇중유럽국가들과 그리고 호주에 있는 ‘직종/산업별 단체협상 노동법Sectoral Collective Bargaining 시스템’은 특정한 직종 및 산업에 해당되는 여러 노동조합원이 임금과 근로환경을 단체로 협상할 수 있도록 하여, 법적 최저임금이나 노동법보다 훨씬 더 향상된 임금과 근로환경을 추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뉴질랜드도 비슷한 노동법이 과거에 존재했고, 노동조합 가입이 의무적이어서, 비교적 평등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퍼진 신자유주의에 물든 자본주의 물결에 영향을 받아 1991년 우익정부인 국민당이 이 노동법을 갈아엎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노동법은 각각의 회사 노조 회원들이 단체협상을 해야 하며, 노동조합 가입은 개인의 선택이다. 노동조합이나 역사에 대한 교육과 인식이 대체적으로 부족하여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모르는 노동자들이 많으며, 현재는 15%의 노동자들만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있어 보통은 단체협상에 있어 정당한 임금과 노동환경을 협상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다.

뉴질랜드의 가장 큰 좌익 정당(노동당)과 우익 정당(국민당)은 모두 신자유주의적인 틀과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뉴질랜드 노동조합회원들이 1991년 이전에 있던 직업/산업별 단체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법 입법을 위해 거의 34년간 열심히 조직하며 운동하였으나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30년간의 노동조합회원들의 운동결과 2017년 11월 노동당이 당선되고, 제신다 아던 총리가 부임했을 때, 노동조합, 비즈니스, 정부 간의 삼자협상을 도모하는 위원회를 설립하여 오랜 협의와 연구 끝에 보고서를 발행하였고, 그것을 토대로 정부의 특별위원회를 통해 국민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기간을 두어 탄탄하게 직업/산업별 단체 협상을 법안을 입법하여 후에 야당이 집권하게 되더라도 법안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세계의노동 사진.jpg

뉴질랜드 노동자들이 FPA를 지지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First Union

 

이런 오랜 기간의 삼자협의와 정부가 주최한 여론 피드백과정을 거쳐 직종/산업별 단체협상 법안인 FPA (Fair Pay Agreement, 공정임금협정)를 2022년 12월에 드디어 입법시켰다. 뉴질랜드의 노동운동가들의 30여 년 만의 쾌거였다. 출발점으로 보육교사, 버스 운전기사, 중대형 슈퍼마켓 근로자, 외식/서비스업 종사자 총 네 가지 직종들의 단체협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노동조합회원 회의를 전국적으로 하여 노동자들에게 이루고자 하는 임금과 근로환경에 대하여 의논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익정당인 국민당이 2023년 11월에 극우익 ACT 정당(행동당)과 연립정부를 만들며 당선되었고, ACT 정당의 새로운 노동부 장관이 부임하며 크리스마스 이전에 FPA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너무나도 허무하고도 빠르게 실행하여 그 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

근 34년간의 노조의 투쟁, 운동, 노력으로 이뤄낸 산업/직종별 단체협상 노동법이 부자들을 옹호하는 우익정당이 집당한 지 한 달 만에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뉴질랜드 노조는 이번 계기로 뼈아프게 터득한 교훈을 갖고, 앞으로 다음에 좌익정부가 집당할 때를 대비하여, 더 계획적으로 조직하고 운동하여 좌익정부가 직종/산업별 단체협상 법안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밑바탕을 조성해 뉴질랜드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환경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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