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일을 위하여

by 센터 posted Nov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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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일을 위하여

 

권하늘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일해서 얻고 싶은 것

평생직장은 없다고들 한다. 어느 직업을 가져도 우리는 계속 직업을 고민한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직업을 바꾼다. 많은 사람은 직업을 갖기에 너무 어린 나이일 때도 장래희망을 생각한다. 거의 평생을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고민하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직업을 얻으면 무엇을 얻고 싶을까? 일단 돈 문제가 크다. 먹고 살아야 한다. 성취감, 인정, 사회적 지위 등도 얻는다. 돈에 비해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꽤 중요한 것들이다.

 

다들 일확천금을 얻는 상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상상만으로 기대에 부풀어 돈을 어디에 쓸지 행복한 단꿈에 젖는다. 퇴사도 행복한 단꿈의 일부다. 그런데 의외로 그저 놀고 싶다는 사람은 적은 듯하다. 모든 사람의 생각은 모르지만 최소한 내 주위 사람들은 돈이 많아도 현재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뿐(가사노동 등 무급노동 포함) 무언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왜냐고 물으니 보통 성취감을 먼저 언급했다. 그런데 일을 한다면 무조건 성취감이 생길까?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적절한 보수를 받는다 해도 때때로 어떤 성취감도 없이 허탈할 때가 있지 않나?

 

계속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은 이유

청년유니온에서 프리랜서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프리랜서들은 제각각 다른 상황이다. 직업도 다르고 프리랜서로 일한 기간도 다르다. 프리랜서 형태로만 일하는 사람도 있고 프리랜서와 직장을 병행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프리랜서들이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몇 있다. 특히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 비슷하다.

인터뷰 마지막에 계속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나요?’라고 질문한다. 프리랜서들은 한결같이 계속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인터뷰 내내 프리랜서로 일하는 어려움을 말하던 인터뷰이들이 막상 프리랜서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일까? 아니다. 수입이 적은 프리랜서도 계속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직장에 다니던 때보다 오히려 수입이 줄었어도 마찬가지로 계속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고 답한다.

 

인터뷰에 참가한 프리랜서들이 계속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은 이유는 자율성이다. 그들은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쥐고 일하며 일에서 의미와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물론 늘 자율적으로 일할 수는 없다. 일을 준 클라이언트가 이것저것 요구하고 그 요구 중 불합리한 것들도 있다. 일을 끝내야 하는 마감 시간도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프리랜서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편한 클라이언트가 다음에 또 일을 의뢰한다면 가급적 그 일은 안 받는다. 마감 시간은 있지만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해 어떤 프리랜서는 루틴을 만들어 일하고, 또 다른 프리랜서는 대략적으로 일하는 시간을 정한 뒤 그 안에서 유연하게 조절한다. 노트북 하나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스스로 일할 장소를 정할 수 있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일하기도 작업실을 정해 일하기도 한다. 프리랜서 강사처럼 장소, 시간 제약이 있는 직업은 상황에 따라 강의 수를 조절한다. 그들은 생계가 걸린 일에서 완벽히 자율성을 추구할 수는 없어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프리랜서 실태 조사에도 프리랜서들이 자율성을 중시하는 것이 드러났다.

 

올해 912, ‘나홀로 플랫폼노동·프리랜서 노동 실태와 과제포럼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프리랜서들이 현재 형태로 일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27.9%), ‘일하는 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어서’(25.8%) 순이었다.

 

자율성

프리랜서만 일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중시할까? 소위 직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자율성을 중시한다. 청년노동자들이 수직적인 기업 문화를 기피한다는 이야기를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었다. 성취감이나 성장을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일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정권 없이 그저 회사가 하라는 대로 따르며 회사 필요에 따라 언제든 대체가능한 부품처럼 다뤄지기 싫은 것이다. 워라밸을 중시하거나 재택 근무를 선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조금 더 편하게 일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청년노동자 중에도 많은 일을 해내고 싶은 사람이, 집보다 회사에서 집중하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회사의 일방적 강요가 아니라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일하고 싶다. 기성세대 노동자라고 다르지 않다. 갑자기 신인류처럼 뿅 튀어나온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대립하며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부터 쌓아온 요구가 조금 더 드러난 것이니까.

 

자율성은 때때로 노동자가 아닌 자본이 누릴 수 있는 호사 같다. 그들은 자율, 유연이라는 외피를 쓰고 쉬운 해고, 장시간 노동을 주장한다. 노동자에게 약간 자율성을 주는 것처럼 속이며 가짜 프리랜서를 만들기도 한다. 자본의 자율이 아닌 노동자의 자율은 무엇일까. 위에서 말한 프리랜서들처럼 스스로 노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면 자율성이 있는 것일까.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은 프리랜서는 강제와 자율에서 줄타기한다. 자율적인 자기 착취로 오히려 잠을 줄여가며 과도하게 긴 시간 일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아닌 특정 기업에 소속되어 유연근무제로 일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능사가 아니다. 노동자가 자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어떤 하나의 제도로 완성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가사노동처럼 임금을 얻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일을 통해 우리는 임금을 얻는다. 먹고 살기 위해 임금은 중요하다. 또한 성취감, 인정 등도 얻는다. 성취감, 인정은 일을 해냈을 때 얻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 중 하나가 자율성 아닐까. 자율성을 갖고 하는 일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자율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하지 않지만 임금, 복지, 안전 등 여러 조건을 포함해 더 나은 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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