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강정생명평화대행진

by 센터 posted Sep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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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다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2012년엔 생명평화대행진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하늘이다’라는 표제를 달고 쌍용차, 용산, 강정마을, 비정규직, 4대강과 골프장···. 일터에서 차별받고 쫓겨나고, 삶터에서 강제로 내몰리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이 모여 생명과 평화를 간절히 갈망하며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더 이상 쫓아내지 말라고, 더 이상 파괴하지 말라고 외치며 한 달 간 강정에서 서울까지 대행진을 했다. 그 이후 매번 멀다는 이유로,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돈이 없다는 이유를 핑계로 참석을 못했다. 2012년 이후 난 처음으로 가게 되었고, 함께한 기륭전자 박행란 조합원은 2013년에 이어 또다시 가게 되었다. 무엇보다 걷기를 좋아해서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는 광고를 보고 동진을 서슴없이 선택했다. 여기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이 벌써 3,000일을 맞는다는 초대장이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강정마을 지킴이 신부님으로 아프신 몸에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매일 미사를 하고 계시는 문정현 신부님의, 얼굴을 뵙고 내가 갖고 있던 부채의식을 조금이나마 털어버릴 수 있겠단 생각에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경계-강정1.jpg

강정마을 지킴이 문정현 신부님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걷고, 배우고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5박 6일 간의 대행진은 제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동진과 서진으로 팀을 나눠 출발했다. 걷는 동안 제주도 날씨는 70년 만에 가장 무더운 날씨였고 생각했던 것보다 하루 20킬로미터 이상을 강행군해야 하는 일정은 체력적으로 다소 힘이 들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경쟁 상대였는데 포기했다. 아이들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난 이길 수가 없었다. 걸으면서 찾은 행복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눈 소통이었다. 제주올레 길을 걷다가 강정마을 투쟁을 알게 되어 해마다 가족휴가를 맞춘다는 가족들, 대안학교 상반기 수업을 생명 평화 현장 탐방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분들, 서로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고 있는 SKYM(쌍용차, 강정마을, 용산, 밀양)의 사람들, 콜트콜텍, 사이버노동대학, 구미 스타케미칼 조합원들이 함께 걸었다. 또 종교계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특히 작년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이들이 가고 싶었던 제주도를 아이를 대신해서 걸었다. 멀리 해외에서 오신 분들도 많았다. 일본, 대만, 필리핀, 티니언섬에서 오셨고, 자신들의 나라에 미국 군사기지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악행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번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첫 번째 교훈은 투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단결한다는 거다. 강정마을 투쟁은 3,000일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었지만 제주지역 사회가 하나로 똘똘 뭉쳐 강정마을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하고 있었다. 농민회는 쌀을 내고, 환경단체는 친환경 먹을거리를 내어주고, 종교계는 사람을 내고 쉼터를 내어주고, 의료계는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고, 민주노총은 안전한 행사를 책임진다. 하나로 뭉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두 번째 교훈은 헌신과 봉사 없이 성공적인 마무리는 없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과 준비팀은 밤새워 식사를 준비하고, 숙소를 청소하고 점검하고, 도로교통 안전을 책임지고,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고,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고, 사람들의 짐을 매일 싣고 내리고, 늦은 저녁까지 회의를 하며 다음날 일정을 체크하는 일들을 마무리하는 날까지 헌신적으로 해주셨다. 또 강정마을로 들어가기까지 강정이 왜 싸우는지 선전물을 들고 선전을 했던 우리 박 여사의 헌신은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 그래서 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기에 8월 1일 마무리하는 행사는 3,000여 명이 참여하는 성대한 행사가 될 수 있었다.


세 번째 교훈은 투쟁은 즐거워야 지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정마을 마약댄스 4종 세트’가 있다. 투쟁의 시작을 구호와 춤으로 시작하고 마무리는 당연히 남녀노소 함께하는 마약댄스였다. 처음엔 쑥스럽고 이상하지만 중독성이 있다. 어느새 하나 되어 춤추다 보면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도 잊게 되고 위안이 된다.


경계-강정2.jpg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걸었던 강정생명평화대행진


평화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마을 주민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3,000일을 맞는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니 고맙단 말씀부터 하신다. “거리도 멀고 비행기 값도 비싼 휴가철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강정마을을 찾아줘서 고맙고 기쁘다”고 하신다. 그런데 속상한 것은 “우리끼리 잘사는 마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해군기지 짓는다면서 주민들을 이간질 시켜서 서로를 미워하며 사는 게 지금도 힘들고 젤로 속상하다”고 하신다. 어느덧 해군기지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한 번쯤 강정을 왔다 간 사람들은 공사도 다 끝나가는데 이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이제는 주민들이 포기할 것을 종용당하는 시점이지만 “우리는 지지 않았어. 계속할 거니까”라고 말씀하신다. 마음이 아려왔다. 언제쯤 진정한 평화가 우리 모두에게 올까? 자꾸 이런 노랫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중략)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빼앗긴 자 힘없는 자 마주보고 손을 잡자

새 세상이 다가온다 노래하며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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