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개혁 유감

by 센터 posted Sep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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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 청년유니온 위원장



정부에서 청년 실업을 명목으로 노동 개혁을 주창하고 있지만,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정책 운용으로 많은 반발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공회전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임금-불안정 노동, 열정페이와 블랙기업에 시달리는 노동 약자들의 삶은 갈수록 버거워져 간다.


돌이켜 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를 촉발시켰다. 당시에도 고작 3개월 정도에 해당하는 협상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한 바 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제시되기 약 한 달 전, 경제부총리는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규직의 과보호가 심각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남겼다.


유능하고 책임 있는 정부는 공식석상에서 해야 할 말과 그렇지 않은 말 정도는 구분한다.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청년 일자리-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 고용 체제의 구조적 한계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져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책임을 물으며 단순무식한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고차함수이다. 고차함수를 풀기 위해서는 노·사·정 3주체의 협력에 입각한 사회적 합의와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경제부총리는 노동 운동을 향해 선전 포고를 날렸다.


한편, 장기간 중단되었던 노사정위원회가 재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집권 여당의 대표는 국회 연설 중에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 불에 벌써 도달했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해 큰 공분을 샀다. 역시나 이번에도 노동 운동을 대하는 아주 기본적인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 임금의 하락보다 무서운 것은 존엄의 박탈이다. 비록 부족했던 점이 없지 않으나 역동하는 한국 경제 속에서 노동 운동이 쌓아올린 자부심과 역사성을 무너뜨린다면 사회적 대타협이니 어쩌니 좋은 말 가져다가 붙여놔도 판 깨고 대놓고 싸우자는 뜻이다. 김무성 대표의 연설은 무능하다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악의적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았을 때 현 정부와 집권세력이 ‘청년’을 악의적인 상징으로 활용하여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갈등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노동 운동의 고립은 심화될 것이며, 청년·비정규  노동 문제 해결은 갈수록 요원해질 것이다. 정부가 파놓은 의도된 갈등이라고 해서 빗겨갈 수 없다. 사회 구조 안에서 갈등이 작동되는 까닭은 역설적으로 청년·비정규 노동의 문제가 최근까지에 이르러 참담한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청년에 대해 말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청년 실업으로 호명되는 한국 사회 노동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천착해야 한다.


그동안 노동 운동이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청년 실업자, 주변부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을 향하는 노동 운동의 전략적 지향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한 기금 출연, 고용보험 재정 확충을 통한 실업안전망 강화, 연대임금제를 통한 주변부 노동 처우 개선과 노동 내 격차 완화···.  노동 운동이 주도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구호를 넘어 책임 있는 실천으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해법을 포함해 급변하는 산업·고용 구조에 대한 자기 전망과 대안을 갖추지 않으면, 노동 운동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노동 운동으로 향하는 사회적 요구를 직시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은 정의로움에 입각해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행사한 집단,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는 집단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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