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비정규 노동자 중간착취 근절의 해로

by 센터 posted Mar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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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비정규 노동자 중간착취 근절의 해로

 

손정순 센터 이사,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2000년대 이후 비정규 노동은 한국 노동사회에서 핵심 이슈였다. 그중에서도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는 고용과 사용의 분리에 따른 고용불안, 사용자 책임 회피 등 비정규 노동자의 구조적 문제점을 집약하고 있다. 정권의 성격과 경기 변동에 따른 노동자 삶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구조적으로 옥죄는 요인도 여전하다. 바로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 문제이다.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간착취는 직업소개·알선, 파견, 하청·용역 등 주변부 노동시장 내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에서는 구조화된 착취라 할 수 있다. 고용·취업 과정에 업체로 불리는 노동시장 중개기구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접고용이기에 고용도 불안한데, 일하면서 노동자 몫의 임금도 일명 업체에 뜯기고 있는 것이다. 직업안정법(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22호)은 구직자로부터 수취하는 수수료는 임금의 100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건설일용 구인사업체 수수료율 10%가 관행적으로 적용되어 노동자에게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다. 구직 노동자로부터 1% 수수료를 수취하도록 한 규정도 ILO 협약 181호 위반이지만, 그나마 있는 수수료율 규정을 위반해 임금의 10%를 노동자로부터 수취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관행화되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한 달에 한 300 벌어요. 받는 일당에서 업체가 10프로를 떼어 가는데 한 달이면 30만 원이 넘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업체 통해서 일거리 얻는다고 한 달에 30만 원 갖고 가는 거는 너무한 거 아닌가요?”

필자가 시화공단에서 만난 일용직 비정규 노동자의 얘기다. 이런 노동자가 업체별로 최소 수십 명이 될 테니 업체가 벌어들이는 중간착취 몫은 엄청날 것이다. ‘시흥, 안산 지역에서 용역업체 사장 1년 하면 아파트 한 채를 산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셈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2021년 경기도의 지원으로 진행한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 중간착취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밝힌 노동자 880명이 한 달에 지급하는 수수료 총액이 1억 3,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예외적으로 중간착취가 허용되고 있는 파견노동의 경우에도 파견 업체의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법상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파견사업주가 가져가는 중간착취 규모, 즉 수수료율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셈이다. 관행화된 ‘용역, 하청’의 경우 중간 하청 업체가 갖고 가는 몫은 더더욱 알 수 없다. ‘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발전소 정비를 담당하는 사내하청 업체는 원청에서 책정된 노무비의 39∼53%를 업체 몫으로 가져갔다. 2) 고 김용균 씨가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을 살짝 넘는 220만 원이었지만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책정한 노무비는 500만 원이 넘었다. 절반 이상을 하청업체가 가져간 것이다. 이런 일이 ‘발전소’ 사내하청 업체에서만 있는 일일까?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식화된 주변부 노동시장에서는 청소, 용역처럼 여전히 관행적으로 간접고용이 횡행할 것이다. 중간착취를 규율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19대, 20대, 21대 국회에서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을 규율하기 위한 다양한 명칭의 법안이 제출되어 왔으며, 파견 수수료율 상한 설정, 파견 수수료율 고지, 노무비 직접 지급 등을 입법화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시흥, 안산지역을 포함해 다양한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를 만나면서 내린 확실한 결론은 노조 조직화였다. 노조가 조직된 곳일수록 중간착취 실태에 대한 접근이 더 용이하며 중간착취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직접고용 정규직화 가능성 또한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어처구니없는 마타도어를 이유로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무력화된 것은 매우 아쉽다.

 

총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지금,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조직노동이 최우선적으로 경주해야 할 사안은 노조법 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규직화와 중간착취를 금지·규율하는 법안도 다시금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노조 조직화가 정규직화·중간착취를 규제하려는 노력과 결합될 때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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