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지자체 생활임금제,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by 센터 posted Jun 27,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문종찬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임금, 그 불편한 꼬리표


오래된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아저씨가 “넌 학교에서 몇 등하니?”라고 묻자, 아이가 되묻는다. “아저씬 연봉이 얼마예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임금. 그것은 성적표고 서열이다. 고용-피고용인 간에 맺어지는 지극히 사적인 프라이버시로, 밝히기를 꺼릴 뿐더러 함부로 물어서도 안 되는 질문이다. 임금이 이렇게 정의되지는 않을 텐데, 임금을 대하는 우리네 보통의 정서는 그렇다.


그런데 이 임금이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바로 최저 임금이다. 이때의 임금에 대해서는 앞서의 정서와는 다르다. 생산 원가 개념도 아니고 노동력 가격도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다가선다.

자유로운 시장에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합리적인 가격이 점지된다는 것을 숭상하는 이들도 ‘최저임금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못한다. 다만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결정해 최저임금제를 있으나마나하게 만들고자 한다. 이 대목에서 등장하는 것이 생활 임금이다. 무슨 일을 하든 임금은 생활이 가능한 수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 임금 쟁취!


떴다! 생활임금제


생활임금제는 2013년 서울 성북구에서 처음 도입되고 언론에서 꽤 많이 다뤄지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자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단체장 후보 공약으로 생활임금제 도입이 전면화되었고, 2015~16년에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여기엔 정치적 배경이 있어 보인다. ‘현행 최저 임금 수준은 턱없이 낮은데, 이건 정부-여당의 잘못이고 우리는 다르다’는 메시지로 지지율을 올리자는 것이 아닐까.


그럼 최저임금제 도입현황을 살펴보자.

전국 244개 지자체 중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예정(2017년)에 있는 지자체는 53곳이다. 광역단체가 8곳(전체 17곳), 기초단체 45곳(전체 227곳)이고, 단체장이 새누리당 소속인 곳도 광역 2곳(경기, 인천), 기초 4곳(서울 중구, 서초, 송파, 인천 남동)이 있다.


2016년 기준, 생활임금액(시급)은 기초단체가 평균 7,145원(최저 임금의 118퍼센트), 광역단체가 7,492원(최저 임금의 124퍼센트)인데, 지자체별로 차이가 제법 난다. 예컨대 광주 서구의 경우 6,520원인 반면 광주 광산구는 8,190원에 이르고, 서울의 경우에도 강동구는 7,013원인데 비해 성동구는 7,600원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생활임금액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 생활 임금에 산입되는 임금 항목이 지자체별로 매우 다양해서 어떤 수당이 생활 임금에 포함되는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정해진 생활임금액만 갖고는 얼마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는 생활 임금을 적용했을 때, 기존 임금보다 더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임의로 조정할 여지마저 있다.


한편 이렇게 결정된 생활임금액을 적용받는 대상은 누구인가도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광주 남구는 28명에게 적용하고, 성남시는 791명에게 적용한다. 서울의 경우만 봐도 강북구는 33명에게 적용하는 반면 노원구는 293명이 적용을 받고 있다.

이렇게 생활 임금에 산입하는 임금 항목도 다양하고 적용 대상자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되니 생활임금제 도입을 위한 지자체의 재정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생활임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지자체의 재정 부담 여력을 놓고 거꾸로 꿰어 맞추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최저 임금 vs 생활 임금 vs 시중노임단가


또 다른 곤혹스러움이 있다. 최저임금제를 택할 것인가, 생활임금제를 택할 것인가? 당연히 생활임금액이 높으니 생활임금제 적용을 선호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제는 놔두고 생활임금제 확산과 강화를 위한 운동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인가 하면 이건 또 곤란해진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제 도입이 대안인가? 그런데 해당 노동조합은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주장하고 있으니 이 부분도 마땅찮다.


이런 상황은 결국 생활임금‘제’가 되면서 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가 아닌 제도로서 논의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임금이 생활을 위한 보장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 활동에 투입되는 비용으로 규정되며, 원가 절감이라는 기업의 합리적 선택의 연장에서 인건비 절감(인원 정리 혹은 저임금)이 합리적 활동으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저임금 구조 타파를 위한 방편으로 생활 임금 개념이 도입되었던 것이 제도로서 생활임금‘제’로 들어오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또 다른 면에선 기업주는 생산을 위해 투입하는 자원 규모와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즉 인건비 총량을 따지는 반면에 임금은 개별적으로 정하는, 다시 말해 노동조합 조직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집단적 교섭이 보장되지 않는 한국적 노사 관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임금 교섭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면 당연히 최저 임금 이상의 요구안을 갖고 교섭할 텐데 이 과정은 없고 선량한 사용자로서 지자체장의 주도로 설계된 생활임금‘제’가 들어오는 상황인 것이다.


생활 임금 결정 시기,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2017년 적용될 최저 임금이 심의되고 있다. 그 이후엔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별로 2017년에 적용될 생활임금액이 결정된다. 이 와중에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연장에서 몇 가지 검토해 볼만하다.


첫 번째는 개입 전략이다. 지자체별로 생활임금심의위원회와 같은 기구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가서 개입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적용 대상이 될 만한 노동자에게 적정한 생활 임금 수준을 묻는, 설문과 같은 방식을 고려해서 자신의 임금에 대한 관심과 요구를 조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확장 전략이다. 지자체별로 생활임금액이 결정되면 ‘2017년 000구 생활임금액은 시급 0,000원/월급 0,000,000원입니다’와 같은 공지를 하는데, 그때 이용 가능한 모든 매체를 활용해 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조직화 전략이다. 적용 대상 노동자들과 함께 요구를 조직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 나아가 생활 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보다는 상위에 있는 노동자들 또한 비례하는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 부분을 수용할 조직에 대한 필요성 또한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생활임금제의 문제점과 보완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 방식, 임금 산입 항목, 적용 대상, 민간 확산 방안 등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이와 같은 과제와는 무관해 보이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도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최저임금액 인상이다”라고 말하고 있듯이 제도로서 생활임금제 발전과 강화를 위한 운동 조직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만 임금이 사회적으로 논의된다는 점은 긍정적이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