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엘이앤씨 산재사망자 강보경 유족의 투쟁을 지원하며

by 센터 posted Nov 02,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디엘이앤씨 산재사망자 강보경 유족의 투쟁을 지원하며

 

권영국

센터 이사, 변호사 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photo_2023-10-19_15-21-02.jpg

디엘이앤씨가 위치한 서대문역 부근 故강보경 분향소 앞

 

중대재해처벌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한 건설업체에서 7번의 중대산업재해와 이로 인해 8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공교롭게도 희생자들은 모두 하청노동자이거나 이주노동자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였다. 그 건설업체는 바로 e편한세상으로 더 알려진 시공능력 상위권을 달리는 디엘이앤씨(구 대림산업)이다.

 

2022. 3. 13. 서울 종로구 수도권광역 급행철도 GTX-A 5공구 현장에서 전선드럼이 떨어지면서 노동자(하청 관리감독자)를 타격해 사망에 이른 사건을 기화로

같은 해 4. 6. 굴착기와 철골 기둥 사이에 신호수가 끼여 사망

같은 해 8. 5. 콘크리트 타설 펌프카 붐대가 부러지며 노동자 2명이 깔려 사망

같은 해 10. 20. 이동식크레인 붐대 연장 작업 중 1단 붐이 낙하하며 노동자가 함께 추락해 부상을 입고 사망

2023. 7. 4. 콘크리트 타설 장비가 넘어지면서 장비 상부에 있던 노동자가 주변 철근에 머리가 관통되어 사망

지난 8. 3. 철거업체 노동자가 공사현장 지하전기실 양수작업 중 실종되었다가 물에 빠진 상태로 발견되어 사망

지난 8. 11. 신축 아파트 6층에서 창호 유리교체 작업 중 창호가 추락하면서 창호를 잡고 있던 하청 일용직 노동자 29세 강보경님 함께 추락하여 사망

 

맞아 죽고, 끼어 죽고, 깔려 죽고, 찔려 죽고, 빠져 죽고, 떨어져 죽고한 건설업체에서 거의 모든 후진적 유형의 산재사망 사고를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죽고 있는지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입만 열면 산업역군이라며 칭송하던 그 산업의 현장이 사실은 죽임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연이어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디엘이앤씨의 태도는 어떠했을까? 지난 811(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번째 중대산업재해로 숨진 강보경님의 유족들이 밝힌 내용을 보면 거대 건설자본의 태도가 얼마나 안하무인인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사고 다음날인 812일 강보경 유족들이 부산 연제구 레이카운티 아파트 신축공사 사고 현장을 찾았을 때, 아파트 6층 거실 사고 장소를 직접 보고 싶다고 했으나 잠금장치를 걸어두고 출입을 막았다고 한다. 주변 현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으나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31조로 일했다는 말을 듣고 함께 일했던 동료 노동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으나 연락처를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디엘 이앤씨 대표는 장례식장에 얼굴 한번 비추지 않았고, 사과인사도 죄송하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노무사를 앞세워 기업과 책임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안에 합의할 것을 종용한 것이 거의 전부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번의 사망사고, 8명의 목숨이 스러져갔지만 죽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사고 장소를 은폐하고 사고를 무마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이렇게 1년 반 동안 디엘이앤씨에서 연이어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음에도 산업안전을 감독하고 죽임에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와 수사당국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노동조합을 악마화하며 사회적 약자인 미조직 근로자들을 보호하겠다던 현 대통령과 정부의 약속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아니 거짓말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년 반 동안 한 기업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어나가도 대통령과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다며, 법 개악만을 약속하며 법을 무력화했다.

그 영향으로 디엘이앤씨 7건의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아직 한 건도 송치되지 않았고 여전히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야당 대표 수사에만 376회의 압수수색을 남발하며 강제수사를 밥 먹듯 하던 수사기관들이 노동현장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늑장수사와 늑장기소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연쇄 사망사고에도 수사당국의 불처벌이 디엘이앤씨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7번째 중대산업재해로 8명이 죽고 나서야 지난 829일 고용노동부는 디엘이앤씨 본사와 7번째 사고 현장인 부산 연제구 현장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고 강보경님의 노모와 유족들은 디엘이앤씨의 안하무인과 책임회피식 태도, 그리고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 수사당국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눈물만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내왔다. 기업과 수사당국의 선의를 믿어온 유족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더 이상 앉아서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아들을 앗아간 디엘이앤씨에 맞서 아들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싸우기로 결정했다.

 

지난 925일 고 강보경 유족의 뜻에 동의하는 노동·시민·인권·종교·법조 단체가 모였다. 그 자리에서 고 강보경 유족을 지원하고 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디엘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약칭 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 104일 그 출범을 공개했다. 나는 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강보경 유족과 디엘이앤씨 시민대책위원회는 디엘이앤씨의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를 근절하고 고 강보경 사망에 대한 해결을 위해 DL그룹과 디엘이앤씨, 그리고 관계당국에 대해 아래와 같이 요구하며 투쟁을 선언했다.

 

- 디엘이앤씨는 고 강보경 사망사고의 진상을 공개하라.

- DL그룹과 디엘이앤씨 대표는 유족에게 공개 사과하라.

- 디엘이앤씨는 중처법 시행 이후 발생한 7건의 중대재해에 대한 재해조사내역과 재발방지대책을 공개하라.

- 디엘이앤씨의 반복적인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DL그룹 차원의 실효성 있는 근본대책을 수립하고 공개하라.

- 고용노동부는 7건의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진행 및 송치 관련 상황을 밝히고 최고책임자를 수사·처벌하라.

- 검찰은 7건의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 지휘 및 기소 관련 상황을 밝히고 최고책임자를 기소·처벌하라.

- 디엘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따라 유족에게 제대로 배상하라.

-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를 조장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추진을 중단하라.

 

지난 1018일 강보경 노동자가 사망한 지 70일째 여전히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DL그룹의 위험 경영을 바꾸기 위해 디엘이앤씨 본사 건물 옆에 강보경님과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일곱 분의 영정을 모신 분향소를 차렸다. 어쩌면 이 싸움은 오래갈지 모른다. 그러나 파리 목숨처럼 너무나 쉽게 인명을 앗아가는 건설현장을 바꾸기 위한 의미 있는 투쟁이 될 것이다.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