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과 불안정노동] 인공지능과 불안정노동

by 센터 posted Mar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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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불안정노동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인공지능과 일의 세계의 변화

OECD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주어진 목표 집합에 대하여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예측, 추천, 결정 등의) 결과를 생성하여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계 기반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분야는 음성인식, 자율주행차량, 언어의 자동번역, 질병 진단, 콘텐츠 큐레이션, 금융 투자, 맞춤형 학습, 예방적 방범, 사이버 보안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사용의 확대는 경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동화에 의해 위협받지 않았던 고숙련 직종의 업무를 포함하여 ‘일상적이지 않은 non-routine’ 업무까지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새로운 차원의 자동화로 일부 근로자가 대체되거나, 인공지능을 통한 업무의 증강에 따라 직무의 설계가 근본적 으로 변경되는 등 많은 일자리와 업무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으며, 이로 인해 일자리가 재설계되거나 필요한 기술의 변화에 근로자들이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반적으로 제기된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발달에 대응하기 위한 고용정책의 우선 과제는 기술발전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 기술을 노동을 대체하는 방향(자동화) 대신 노동을 보조하는 방향(증강)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재설계되는 직무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새로운 직무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숙련에 대한 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숙련에 관한 접근의 필요성

산업구조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은 노동자가 수행할 작업 자체를 변화시키고, 이는 한편으로는 기존 숙련의 중요성을 떨어뜨리며,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숙련요소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력이 부족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과 급속한 기술변화의 시대에서 사용자가 요구로 하는 일 사이의 ‘기술 불일치’로 인하여 교육을덜 받은 사람들의 활용도 감소, 이로 인한 경제성장의 속도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삶은 연속적인데 고용의 불안정으로 인하여 일자리는 툭툭 끊기는 불안정성이 심화된다. 따라서 이제는 정태적情態的인 일자리에 대한 권리가 아니라 동태적動態的인 경력에 대한 권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 직무교육에 대한 공평한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 나아가 사람들이 생애 전체에 걸쳐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하나의 노동 형태에서 다른 노동 형태로 전환할 수 있으며, 사생활과 직업 생활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급속한 기술발달 및 이로 인해 기업이 근로자에게 요구하는 기능 변화는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기업 내에서 근로자를 교육해야 할 유인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종래 내부노동시장이 제공하던 직업능력개발의 기회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외부노동시장이 이를 보충하지 못할 경우, 사회경제적 비경제의 발생은 불가피할 것이다. 외부노동시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개인의 경력이 원활하게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적인 차원에서 경력 형성 및 발전의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직무교육을 기존의 OJT(On-the-Job Training, 직장 내 훈련) 중심에서 공적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사회서비스’의 성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으므로 특정 산업·기업·직무에 필요한 직업능력은 어느 정도의 기간 실제로 일을 하면서 익혀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불가피하게 직업훈련에 관한 실질적 불평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근로자가 사회경제적으로 유익한 직업능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능력과 의욕에 상응한 기회균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내부노동시장에서 진입하지 못한 구직자 기타 취업 취약계층에게 ‘우선적’으로 미래 숙련기술에 대한 교육 훈련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교육 훈련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외부 노동시장에서의 직업훈련은 내부 노동시장에서 기업에 의한 직업훈련과는 달리 특정한 직무 및 이에 필요한 기능 육성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외부 노동시장에서의 직업훈련은 산업구조의 급속한 전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장래의 직무나 기능에 착안한 훈련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장래의 직무나 기능에 착안한 훈련이 실질적인 취업능력의 제고라는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관련 정책을 설계 및 집행할 필요가 있다.

 

시민권 기반의 직업능력개발 체계에서는 개인 주도 훈련의 비중이 확대될 것인바, 개인 주도의 직업훈련이 장기적인 직업능력개발 및 경력의 축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상담을 통한 포괄적 고용서비스가 요구된다. 이러한 포괄적인 고용서비스를 위해서는 단순히 상담 인력을 확충하는 것뿐 아니라, 상담 인력을 육성하고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훈련 종사자의 고용 조건이나 처우개선은 물론 자격관리의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훈련품 질의 향상을 위해서는 훈련기관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필요할 것이며, 직업훈련의 내용에서도 훈련과정의 표준화 및 훈련성과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 및 환류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맺으며

인공지능의 발달은 다양한 방식으로 일의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인해 변화하는 노동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숙련 전달체계를 살펴보았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인공지능이 일의 세계에 가져올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고용정책의 ‘일부’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와 숙련의 문제 외에도 인공지능이 초래할 수 있는 새로운 차별(특히 ‘proxy 차별’의 문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 통제의 강화, 인공지능에 의한 의사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에 관한 노사공동결정 등 다루어야 할 주제가 산적해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일의 세계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치열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은 물론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 모든 전환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그러한 전환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과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이 발생한다. 피할수 없는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을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운이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혜택과 위험을 적정하게 조정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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