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 심사평]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수기

by 센터 posted Dec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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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 안미선, 이시백 심사위원

 

 

심사하면서 항상 떠오르는 질문 하나, 왜 글을 쓸까. 그것도 혼자 보고 간직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기록해서남기려고? 정리하면서 잘잘못을 돌아보려고? 기쁨과 만족, 혹은 위로를 위해서? 이런 답들은 나 개인의 글쓰기뿐 아니라 다수의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글쓰기에도 해당하는 답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글쓰기란 개인과 사회라는 두 얼굴을 보여주는 거울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심사 초기에는 응모작품들이 글쓴이 자신, 개인의 글,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수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해가 거듭되면서응모작품들이 조금씩 변해갔다. 개인보다는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수기로 확대 발전해갔다.

 

특히 2021년 올해는 전 지구적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 사태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에 달했고, 그 때문인지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자주 터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학교 비정규직과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이 두드러졌다.

 

전체 응모작 19편 가운데 학교 비정규직 수기가 8편에 달하고, 작년에는 한편도 없던 택배 노동자의 수기가 2편이나 들어온 게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밖에 돌봄 노동, 맨홀점검 노동, 조선소 도장공, 콜센터 노동자, 프리랜서 방송작가. 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까지 참가하여 어느 해보다 내용이 다양하고 풍성했다. 반면에 그만큼 사회 저변에 자리 잡은 비정규직들의 현실이 어렵다는 걸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예전처럼 개인이 당한 억울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를 불평하듯 하소연하며 주저앉아 개인의 운명을 탓하기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억울함, 부당함, 운명 같은 현실의 고통을 옆 동료와 같이 공감하고 나누면서, 어깨를 걸고 발걸음을 맞춰 하나씩 해결해나간다는 점이다.

 

사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발전 아닐까. 개인의 발전, 사회의 발전 말이다. 그리고 이런 발전을 기록으로 남겨서 잘잘못을 돌아보며 많은 사람과 기쁨과 위로를 나누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글이란, 대의명분 같은 거창한 그 무엇을 위해서도 아니고, 인류사에 길이 빛낼 명작을 남기기 위해서도 아니며, 베스트셀러가 되어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서, 그래서 쓰는 게 아니다.

 

나와 내 이웃이 겪는 현실의 고통을 같이 나누면서 연대하여 해결해나가는 것. 이것이 삶이라면 이런 삶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수의 타인과 공감하고 기뻐하며 위로를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이 바로 비정규 노동 수기를 쓰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이유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작품 5편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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