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공공 플랫폼

by 센터 posted Jun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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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본부장

 

 

플랫폼 노동 확산, 방치되는 노동자의 삶

 

대리운전 산업의 담당부처는 국토교통부이다. 2020년 국토교통부가 발행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보고서>에서 추정하는 전국의 대리운전자 수는 16만 4천 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전국의 대리운전자는 20만 명, 수도권은 12만 명으로 추정한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 2015년부터 ‘플랫폼 노동’이라는 용어가 회자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혁신과 진보를 내세우던 카카오는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이어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대리운전자 풀을 활용하며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마저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공유 차량 ‘쏘카’는 핸들러라는 전용 앱으로 드라이버를 활용해 주차장과 주차장 간에 적절한 보유 차량 수를 유지한다. 공유 차량 쏘카, 쏘카 전용 앱 핸들러는 새로운 용어지만 사업 방식은 이미 흔하게 존재했던 ‘탁송서비스’의 다른 용어일 뿐이다.

 

타다도 마켓컬리 같은 새벽 배송도 운전자 풀을 사용한다.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 모델인 ‘차차밴’은 렌터카와 대리운전 기사를 동시에 공급한다고 노골적으로 선전한다. 드라이버 관련한 플랫폼 기업이 쉽게 갖다 쓸 수 있는 노동력이 한국의 대리운전자인데, 플랫폼 기업도 정부도 대리운전자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방치해왔다.

 

파편화되는 노동, 일터 공동체 회복 필요

 

기존의 노동 환경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활동했던 반면, 플랫폼 노동은 특정한 사업장이 없고 파편화된 노동 형태를 띤다. 즉, 대공장 중심의 사고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노동자를 묶어 내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이 지역으로 들어가서 지역에서 역할을 찾고 지역에서 살아 나가야 한다. 노동자의 심리적인 정주 지역이 필요하고, 그 속에서 동료와의 관계망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과 존재감을 확인하고, 무너져가고 있는 노동자의 경제문화 생태계를 재구축하고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생겨난 법인격 단체로 가장 오래된 곳은 대구에서 태동한 대리기사노동조합(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고 주로 영남에서 활동했다. 그 후 생겨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수도권에서 태동하고 주로 수도권에서 활동했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다가 2013년부터 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연대 투쟁도 하게 되면서 대리기사협회 등 여러 권익단체가 생기는 데 일조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하고 투쟁으로 권익을 쟁취해야 한다고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적합한 단체 형태는 무엇일까? 라고 묻기보다 대리운전기사 한 사람이 노동조합도 협동조합도 공제조합도 협회도 자조 모임도 동호회도 가입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가? 자기가 몸담고 싶은 여러 단체를 선택하고 가입할 권리가 있고, 모든 단체는 그 나름의 필요가 있지 않을까.

 

3.창립총회.jpg

2012년 11월 28일 서울시 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었다.(@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을 만들다

 

산업혁명 때 자본의 수탈에 대응해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운동이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이라고 배웠다. 대리운전 관제프로그램 회사와 대리운전 중개회사, 대리운전 보험회사의 갑질과 수탈을 견디기 어려워 좀 더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시작한 운동이 협동조합이다. 2010년부터 임의단체 활동을 하던 300여 명이 법인격을 갖추라는 주변의 조언과 요구에 따라 노동조합, 사단법인을 고민하고 알아보다가 「협동조합기본법」을 접하고, 6개월을 준비하고 공부했다. 칼바람 부는 한겨울인 2012년 12월 3일 2시 30분부터 9시까지 닫혀있는 서울시청 정문 앞에 모여든 대리기사들이 등록하여 「협동조합기본법」 1호로 회자하는 협동조합이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다. “대리기사들도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라며 용기를 얻어 만든 조합을 이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협동조합 활동, 공제사업으로 확산

 

2010년부터 해온 일은 직무교육이다. 보통 대리기사는 자영업을 포함해 사업하다가 망한 사람이 내몰려서 대리운전 시장까지 흘러온다. 운전면허만 있으면 되는 대리기사 일은 등록할 때 진입장벽은 거의 없지만, 적응하기 힘든 노동 환경임을 잘 아는 선배 운전자가 자신의 레시피와도 같은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직무교육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작은 커뮤니티를 묶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작은 공동체 일터 만들기를 지원, 독려하고 있으며, 지역과 상관없이 관심 분야 활동 자조 모임(동호회)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고립되어 가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동료들과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직업 재해를 감소시키며 민주적인 노동자 주체 형성의 기반이 된다.

 

2013년부터 무이자 소액융자 사업을 하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가 많이 모이는 지역에선 사채 전단을 흔히 볼 수 있다. 40만 원 빌리면 한 달 동안 일요일만 빼고 매일 26일 동안 2만 원씩 일수를 뗀다. 총 52만 원이고 연리로는 360%이다. 고리의 사채를 막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범위에서 저리의 사채를 시작이라도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 1구좌 50만 원 무이자 신뢰대출 사업이 주요 사업이다.

 

대리운전 기사의 어려운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면 가리지 않는 것이 곧 우리의 일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사업도 하려고 한다. 생각이 없는 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일인지 경험으로 알게 된 이유도 있다. 오늘날 타인의 노동에 기대어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시민의 생활밀착형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수백만 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사회보장제도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직업의 위험을 오롯이 노동자 개인의 몫으로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공제사업은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공공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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