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출연자노동조합 위원장 문계순

by 센터 posted Jan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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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하나, 아이들 다 키워놓고 일을 시작했어요. 열일곱에 원풍모방을 다니면서 노동조합을 알게 되었는데, 오십 하나에 일을 하고 보니 노조가 없으면 안 되겠다 싶어 시작했죠. 현장이 너무 엉망이었거든요.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우리 일이 묘한 데가 있어요. 드라마는 KBS건데, 외주제작사가 그걸 받고, 외주제작사는 또 반장을 받고, 반장은 또 용역회사를 받고, 이렇게 얽히고설켜 있거든요. 이 잘못된 구조를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방송사가 용역을 주면서 도급이라고 주장하는 건데요. 우리는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에요. 방송사 촬영 현장에서 우리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시키는 건 PD예요. 파견이죠. 이번에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었어요. 우리가 파견인지 도급인지 공급인지 확실히 이름표를 정해달라고요. 파견이 인정되면 4대 보험 적용되고, 주휴수당, 연차수당 다 받을 수 있거든요.


거대 방송사가 원청이잖아요. 갑질 논란이라는 게 이 바닥이 최고예요. 그들이 지금 외주를 주고, 파견을 두면서 20퍼센트 이상을 떼먹기 때문에 우리 출연자가 백날 일을 해도 받아가는 돈은 쥐꼬리만큼 밖에 안 돼요. 최저 임금도 못 받다가 노동조합 만들면서 이제 겨우 최저 임금을 받게 되었는데, 이동 시간, 대기 시간 다 잘라먹는 거예요. 그러니까 최저 임금이 안 되는 거죠. 법에 위배되는 부분들을 정상화시켜달라는 거예요. 일한 만큼 대가를 분명히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하루만, 단 하루만 우리 출연자들이 촬영 안 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바뀔 거예요. 우리 출연자들이 하루만 둔치에 모여 신바람 나게 놀면 3사 방송 사장들이 찾으러 올 텐데 말이에요. 이소선 어머니가 생전에 매일 하시던 이야기가 ‘단결하라’였잖아요. ‘그래야 세상을 바꾼다’ 하셨는데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단결이 안 되었지. 하지만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다는 바람과 믿음이 있어요. 바뀔 거예요, 반드시.


사진 이상엽 센터 이사 / 인터뷰 정리 이혜정 기록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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