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 최창수

by 센터 posted Dec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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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최창수.jpg


나는 95년도 입사입니다. 군 제대하고 3일 만에 들어갔어요. 나는 컨베이어 벨트랑 기계 파트에서 일했어요. 동양시멘트 하도급 업체는 ‘동일’하고 ‘두성’이 있습니다. ‘동일’은 장비업종이고, ‘두성’은 인력업종입니다. 산을 발파해서 돌을 깨서 운반 장비가 덤프트럭에 싣고 맷돌 기계에 붓습니다. 그러면 기계가 돌면서 돌을 부수죠. 그게 벨트라인 타고 가는 겁니다. 인력업종은 그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작업하거든요. 제일 처음 들어간 곳은 분진가루 퍼내는 곳이었어요. 나는 동양시멘트 안에 있는 광산 쪽 하청업체는 다 돌아다녔어요. 해당 부서 일만 시키는 게 아니라 온갖 잡일을 다 시켜요. 대기실에 앉아있지도 못하게 해요. 장갑이나 귀마개도 정규직들만큼 주지 않으니까 늘 모자라고, 눈치 보며 쓰곤 했어요.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어요. 벨트는 위험하거든요. 돌아가는 회전체니까요. 흙이 벨트에 붙으면 떼 내야 하거든요. 원래는 벨트를 세워서 떼 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어쩔 수 없이 벨트 세우지도 않고 망치질 하는 거예요. 8시간에 만 톤에서 만이천 톤 생산량을 내라고 요구하고, 못 내면 뭐라고 하니까요. 손이 딸려 들어가기도 하고 손톱도 많이 빠졌어요. 계속 손톱이 빠지니까 이젠 재생이 안되요. 산재요? 산재는 무슨 산재. 안 해줘요. 병원 가서 약 좀 바르고, 붕대 감고, 쉬지도 못한 채로 일해요. 손톱 하나 빠지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아야 해요. 자주 다치다보니 사람이 둔해지는 거죠. 공상처리도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아요. 내 부주의 때문에 다친 거라고 하거든요. 하면 안 되는 걸 했다는 거예요.

구정 앞둔 어느 날이었던가요. 우리는 서로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서 일을 하니까 식사시간, 퇴근시간에만 서로 얼굴을 보거든요. 씻고 집에 가려니까 한 사람이 안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랜턴 들고 찾으러 갔더니 벨트 쪽에 사람 다리만 보이는 거예요. 정년퇴직을 앞둔 분이었는데 그렇게 질식사로 돌아가셨어요. 벨트에 말려서 돌아가신 분만 해도 몇 분 됩니다. 언론에서 크게 안 떠들어서 그렇지. 서로 쉬쉬 하잖아요. 사망사고 나면 안전과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게, ‘사람은 들어가지 말라’는 안전망 표시를 붙여요. 경찰 오기 전에요. 없었던 건데 원래 있었던 것처럼 붙여버려요. 노동자들도 경찰에게 ‘원래 우리는 이렇게 작업 안 한다’고 이야기해야 해요. 내가 살기 위해서요.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예요. 그런 현장에서 여태까지 일했어요. 억울해서라도 버틸 거예요.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사진 이상엽 센터 이사 / 인터뷰 정리 이혜정 기록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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