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 안상영

by 센터 posted Dec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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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안상영.jpg


나는 1993년도에 입사를 했습니다. 올해 만 56세입니다. 다음달 12월 31일이면 정년입니다. 처음엔 컨테이너 박스 하나 갖다 놓고 시작했습니다. 20년이 넘은 폐차 직전의 장비를 갖고 광산에 올라가야 했습니다. 얼마나 장비가 오래되었는지 뚝뚝 끊어지는 배선을 다시 엮고,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문을 끈으로 묶어 가며 일했습니다. 가다보면 타이어가 빠져나가기도 하고, 차가 한쪽이 떨어져나가서 넘어지기도 하고요. 에어컨도 히터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해도 뭐라고 하는 줄 아십니까? 너희들은 왜 물량을 못 내냐? 그럽니다. 정규직들은 새 차로도 그 물량을 못 내는데, 장비를 정비해가면서 더 이상 어떻게 물량을 냅니까. 노천 광산에선 덤프트럭이 커브 길을 돌다보면 싣고 있던 돌들이 땅에 떨어집니다. 그러면 바퀴 달린 도저가 그 돌을 치워주게 되어있어요. 그건 정규직들에게만 해주더라고요. 우리 하청 노동자들은 직접 내려가서 돌을 치워가며 일해야 합니다. 그 설움은 말로 다 못합니다. 정규직들에게 온갖 차별대우를 받아가면서 뼈 빠지도록 진짜 열심히 일했습니다. 차별을 좀 줄여보자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왜 해고를 시킵니까? 왜 계약해지하면서까지 해고를 시키느냔 말입니다. 연말에 정년 무렵에 부부 동반으로 회사에서 해외를 가게 해 주거든요. 내 평생 해외 한 번은 갈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그것도 못 가게 되었습니다. 해고가 되었으니까요.

나는 진짜 몰랐습니다. 내가 왜 이 회사에게 가압류를 잡혔는지, 집이 잡히고 통장이 잡혔는지…. 아내한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진짜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술을 한 잔 먹고서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맨땅에 침낭 하나 놓고 농성을 했습니다. 요즘은 천막이 이렇게 모양새를 갖췄지만,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바닥의 습기 때문에 허리가 찢어질 정도로 아픕니다. 올 겨울은 어떻게 나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 회사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년이 다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같이 싸워서 우리 동생들, 정규직 복직하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사진 이상엽 센터 이사 / 인터뷰 정리 이혜정 기록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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