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찾은 답_최은영 회원

by 센터 posted Nov 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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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jpg

 

  • 인터뷰이 최은영 회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
  • 인터뷰어 강인수 센터 상임활동가 

 

최은영 센터 회원은 2021년부터 2년간 서울노동권익센터(이하 권익센터) 정책기획실에서 일했다. 권익센터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고,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비정규센터) 또한 그랬다. 입사하고 수탁기관 첫 방문 교육 자리에서 바로 비정규센터 회원 가입을 했다. 노동운동의 흐름 속에 있어 본 적도, 노동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권익센터에서 취약계층 노동자 연구를 하며 그이들의 삶에 다가가면서 비정규’, ‘노동영역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다. 은영 씨 사는 곳이 센터 사무실이 있는 동네 인근이라 때론 퇴근길에 불쑥 빵이 담긴 봉지를 사 들고 오곤 했다.

 

노동 단체이니 노동 환경도 좋겠지

 

은영 씨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포닥postdoc, 박사후연구과정을 하거나 시간강사를 전전했다. 오롯이 출퇴근하게 된 첫 직장은 서울상공회의소였다.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은영 씨가 맡은 일은 서울 지역에 있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인력 수요 조사와 문재인 정부 초기 일자리 창출 정책을 실행하는 업무였다. 중소기업을 방문해 인력 채용 규모와 어떤 복지 혜택을 제공할지 등을 수요 조사하고 발표했다. 1년 계약하고 또 1년 계약하는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고용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버티기 쉽지 않았다. 권익센터에 정규직 채용 공고를 보고 맘이 동했다. 그래서 보다 더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입사 지원을 했다.

 

사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어떤 곳인지 잘 알진 못했어요. 정규직이고, 노동 분야니까 노동 환경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요.”

 

경쟁자가 많았다고 한다. 한 심사위원이 노동 단체 경험은 없지만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추천했다는 것을 입사한 이후에야 알게 됐다. 일면식도 없던 분이었는데 정말 감사했다.

 

현장에서 노동자를 만나보니

 

권익센터 정책기획팀에서도 2년 정도 일했다. 처음 한 연구는 필수노동자 실태조사였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필수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을 때였다. 은영 씨는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환경미화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들여다보게 됐다. 인터뷰할 분과 간신히 연결돼 생활폐기물 쓰레기 집하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현장은 예상보다 더 열악했다.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중요한 사안이 더 많았다. 무거운 종량제 봉투를 나르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은 기본이었다. 하나하나 알아가며 배우는 시간이었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니 그분들이 하는 일을 파악하게 되면서 현장감과 이해도가 높아졌다. 보고서에 담을 내용도 많고, 재미있었다.

 

내가 직접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나온 결과물이다 보니 보고서 발표를 할 때도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 게 되게 좋았어요.”

 

노동에 대해 모르는 상황에서 같은 성별인 여성이나 그나마 좀 친숙한 돌봄 노동이나 가사 노동 쪽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쓰레기 악취가 나는 곳에서 인터뷰를 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곳을 배정받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연구를 끝내고 보니 보람이 컸다. 지역 센터들에서도 필수노동자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요청하는 연락이 많았다. 그동안 연구 과정을 토대로 자료도 공유하며 토론회를 여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었다.

비정규센터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비정규센터는 연구진 풀도 넓어서 연구 영역을 이곳에서 확장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노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입사 초기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다니는 게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눈치를 봤다. 그래서 조용히 지냈다. 그러던 중 입사 2년 차에 비정규센터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 생활폐기물 소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다양한 연구자들을 만날 수도 있었고, 연구자 중에도 현장 중심성을 가진 분들을 만나면서 배울 게 많았다. 하지만 서울시 예산이 삭감되면서 권익센터에서 연구를 발전시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정책연구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이 컸다. 다시 이직을 고민하게 됐다.

 

멀고 험한 연구자의 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전문위원으로 또다시 임기제 공무원이 됐다. 희망과 포부를 가지고 입사했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이곳에서 일하면 정부 노동 정책에 반영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권익센터에서는 제가 연구보고서에 정책 제언을 작성해요. 좋은 정책들의 경우 서울시 노동 정책에 반영되기도 하고, 실제 실현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노동은 서울 지역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중앙정부가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거든요. 그래서 전국 단위로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거죠.”

 

경사노위 전문위원은 연구자는 아니었다. 회의를 운영하고,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실상 원했던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지금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은영 씨는 결혼하고 뒤늦게 박사학위를 받다 보니 나이는 많고 경력도 짧아서 고민이 많다고 한다. 처음부터 연구자의 길을 가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고 한다. 별다른 꿈도 없었고, 어찌하다 보니 대학원에 진학했고, 짧은 인턴 경험에서 취업에 대한 두려움도 컸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학위를 따고 대학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의 웬만한 메이저급 학교는 다 돌았다고 한다. 동료 박사 중 누군가는 교수가 되어 자리를 떠났지만 혼자 맴맴 도는 기분이었다. 30대를 그렇게 보냈다. 정말 하고 싶은 건 연구자의 길을 걷는 것인데 현실이 녹록지 않다.

 

비정규센터 정책연구에도 관심이 많다. “연구자로서 굉장히 욕심나는 곳이어서 가능하다면 함께하고 싶지만 지금 조건에서는 어렵다. 비정규센터에 대한 아쉬운 점을 물었더니 비정규센터가 노동자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활동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답한다. 은영 씨는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홍보하고, 격월간비정규노동도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애정이 듬뿍 담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참고로 은영 씨는 비정규노동끝부분 꼭지부터 읽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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