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활동가_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

by 센터 posted Feb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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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역에 내려 민주노총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로 향했다. 인터뷰 주인공인 김진억 회원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초행길인 탓에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지도를 확인하면서 걸었다. 지도상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본부’는 서울혁신파크 중앙에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없었다. 다시 지도를 들여다봤다. 도로변에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가 보였다. 서울혁신파크 서쪽 모퉁이였다. 지나친 곳이지만 보지 못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다행히 건물 2층에서 그를 만났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지만, 일찍 출발한 덕에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늦지 않게 도착했다.

그는 제법 바빠 보였다. 인터뷰 시작인 오후 2시 바로 직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지방선거까지 앞둔 만큼 그에게 주어진 과제가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다소 보였으나 그의 말은 또렷하고 정갈했다.

 

김진억.jpg

 

 

‘모두’의 서울본부

 

젊은 시절 으레 그렇듯 그 역시 어떤 삶을 살아갈지 고민했다. 그의 선택은 야학이었다. 성수공단에서 시작했다. 야학을 하면서 졸업생들을 모았고, 동부지역 노동자회를 만들었다. 대부분 영세 소규모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였다. 그러다가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 중동부지구 사무차장을 맡았다. 청계피복, 치과기공사노조, 인쇄노조, 제화노조, 동부금속노조 등 영세 소규모 사업장 노조들이 속한 지역이었다. 이후에 서울본부,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 다시 서울본부, 희망연대에서 활동하며 비정규 노동자를 모으고 그들의 권리를 개선하는 데 힘썼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업장 안과 밖, 노동조합과 지역·시민 사회를 넘나드는 활동을 해왔다. 특히 희망연대노조는 그러한 지향점을 현실 속에 녹여내려는 치열한 고민이자 시도였다. 희망연대노조는 지역 사회 운동 노조라는 노동조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2020년 12월 24일 치른 선거에서 그가 서울본부 본부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서울본부 본부장 당선 소감으로 “모두의 서울본부를 원하는,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 소통과 공감을 원하는 열망이 (당선에) 반영된 것 같다. 이런 열망을 활동으로 이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모두의 서울본부’에서 경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취약한 노동, 커지는 불평등

 

서울 지역 노동자가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그는 상당수 불안정 노동자가 국가 재난 지원금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노동자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많다. 쥬얼리, 제화, 인쇄, 봉제 등과 같은 서울 도심 제조업의 경우 사업장이 영세하여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같은 사업장에 일하는 부부의 급여를 한 통장에 입금하여 임금 지급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례를 들었다. 또 서울에는 음식업, 숙박업, 관광업이 몰려 있다. 입·출국 금지 및 제한, 거리 두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업종들이다.

 

물론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한국 사회 내의 차별과 격차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벌어지고 있다고 봤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간격이 커지고, 노동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공장과 중·소사업장이 나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불안정 노동자, 취약계층, 자영업자 등이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코로나19 시대의 노동조합이 직면한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서울 지역 원탁회의

 

그렇다면 서울본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그는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칭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서울지역 원탁회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대기구는 노동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의제를 포함하는 서울 진보진영의 총 집합체다. 코로나19 시대에 노동자와 시민의 삶을 지키고, 더 진전된 사회로 나아가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 불평등과 양극화의 세습을 끊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제는 전국적 의제와 서울 지역의 의제가 있다. 현재 전 국민 고용보험제, 고용과 일자리, 임대료 멈춤 운동, 공공의료 구축 등을 논의 중이다. 모든 걸 한 번에 다할 수는 없다. 여러 의제를 펼쳐두고 주요 의제를 선정한 뒤, 사회적 여론화·쟁점화, 선거에 맞춘 공략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도 연대기구에 참여한다. 주로 취약계층 노동자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2월에 연대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3월에 준비모임을 구성한 뒤, 상반기 중에 보궐선거와 맞물려 의제와 정책을 구체화하면서,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게 대략적인 일정이다.

 

3년 후의 서울본부

 

비록 당장 직면한 현안을 해결하기에 바빠 보이는 그였지만. 3년 임기 동안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지역 사회 운동 노조센터 및 주체 형성, 청년위원회, 이렇게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지역 사회 운동은 그가 강조한 사업장을 넘어서려는 노조 운동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은 임금 투쟁, 고용 유지 등 노동 의제를 다룬다. 그는 사업장에서 투쟁하던 많은 조합원이 사업장 밖에서는 자본에 종속된 채 살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노동 의제뿐만 아니라 인권, 환경, 교육, 의료 등 사회 의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지역 사회 운동 노조센터’는 서울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아우르는 거점인 셈이다.

 

운동 역시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서울본부가 지역 사회 운동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장을 넘어서는 의식과 시야를 갖춘 간부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 사회 운동 주체 형성이 세 가지 목표 중 하나다. 청년위원회로 대표되는 청년 사업 역시 그 일환이다. 청년위원회는 청년 조합원이 주축이 되어 청년 조합원 역량 및 의식 강화, 문화·교육 사업을 펼치고, 청년들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청년 간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해 몇 년 뒤에는 30~40대가 단지 실무 집행뿐만 아니라 지도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역 사회 운동 거점 마련과 그를 위한 주체 형성은 쉽지 않은 과제다. 노동 의제는 당장 나에게 닥친 문제지만, 사회 의제는 다르다. 피부로 느끼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조합원들과 끊임없는 교육과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조합원 스스로가 가진 관심사에 따라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노동에서 사회로, 서울에서 전국으로

 

그는 서울에서의 활동은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민주노총과 산별 중앙조직, 다양한 전국 사회단체가 있다. 서울본부가 구심력을 가지고 노동운동을 하기 힘든 구조다. 반면, 중요성도 함께 존재한다. 서울 인구는 밀집되어 있다. 경기도와 그 수는 비슷하나, 경기도는 남과 북으로 넓게 퍼진 형태다. 서울의 조합원 수는 약 21만 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에서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의제를 주도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그는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서려는 실천이 사회적 진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니 서울 지역 조합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의기투합해달라고 부탁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배병길 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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