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자격증 도전기

by 센터 posted Apr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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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시골에서 이것저것 하는 사람 

 

 

안녕하세요? 전북 장수에 귀농해서 4년째 기간제 노동자로 꾸준히(?)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고 있는 이종명입니다. 제가 2019년 3월, 장수로 귀농(귀촌)하면서 먹고 살려고 했던 일은 농기계정비 노동자였어요. 귀농하기 전, 장수군청 모집 공고를 2년 동안 면밀하게 관찰했더니 매년 4월경에 8개월 정도 기간제로 채용하고 일당도 최저임금보다 1만 원을 더 주더라고요. 자격조건은 농기계정비기능사 자격증이었습니다. 그래서 귀농하기 몇 개월 전부터 농기계정비기능사 공부를 시작해서 이론 시험에 합격한 뒤에 귀농했습니다. 귀농 후 실기를 배우기 위해 경주에 있는 농기계정비 학원을 한 달간 다니면서 실습을 하고 자격증을 땄습니다.

 

이제 농기계정비 기간제 공고가 나면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귀농하기 전 모집 공고에서는 농기계정비 자격증 소지자만 응시 자격이 주어졌는데, 그렇게 공고를 내면 응시자가 없어서 자동차정비 자격증 소지자까지도 포함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지원자가 많아졌고, 대개가 그 지역 인맥 관계로 뽑는 바람에 저는 농기계정비 기간제에서 탈락했어요. 그뿐 아니라 다른 기간제도 응시했지만, 번번이(네 번이나) 기간제 모집에서 떨어졌어요. 실제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연고 관계와 인맥 없이는 8개월짜리 기간제조차도 채용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증'보다는 '끈'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귀농하기 전부터 나의 천직이라 여겼던 농기계정비는 꿈도 꿀 수 없었고, 야심 차게 준비했던 농기계정비 자격증은 그냥 장롱면허로 남았습니다.

 

농기계정비 기간제에 떨어진 후 어떤 직종이든 기간제 공고가 나면 무조건 응시하고 보다가 운 좋게 군유림을 관리하는 6개월짜리 기간제로 채용되었습니다. 산림과에서 군유림을 관리하고 산림소득사업을 지원하는 일은 막상 해보니 저랑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즐겁게 열심히 일했더니 6개월 계약이 만료된 후 3개월 연장되어 12월까지 근무했습니다. 12월 계약종료 후 두 달 정도 실업급여를 받다가 다시 산림과 군유림 관리원으로 출근해서 10개월 근무하고, 또 계약종료 되면 실업급여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4년여를 기간제 채용-근로계약 종료-실업급여-기간제 채용을 반복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매년 이런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연고나 인맥이 없으니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특혜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채용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알게 된 게 목공체험지도사라는 자격증이었습니다. 목공체험지도사 3급을 따고, 6개월 뒤 2급을 취득했습니다. 제 생각은 목공체험관에서 기간제라도 하려는 생각이었죠. 그해 산림과에서 군유림 관리를 계속하면서 산림기사라는 자격증도 땄습니다. 자격증 계통을 보면 기능사가 있고, 기능사 위에 산업기사, 그 위에 기사, 가장 높은 등급으로 기술사가 있어요. 기능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산림학과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동일계통의 기사 자격증이 있었기에 산림기사를 바로 딸 수 있었어요.

 

산림기사를 따고 나니 그다음부터 기간제 채용에서는 아무런 이견 없이 계속 채용되어 근무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비정규직으로 합해서 24개월 이상 근무를 시키면(반복 계약 갱신) 공무직을 시켜야 하니, 한 업무에 2년 이상을 시키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대요. 그래서 그동안 하던 일을 하지 못하고 생판 처음 보는 공원관리 일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고, 그런 일이 공무원에게도 도움이지만, 이들은 내가 공무직 시켜달라고 소송을 낼까 봐 저에게 같은 업무를 주지 않았습니다. 화도 나고 뚜껑도 열리고 계속 산림과에서 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또 알게 된 게 나무의사라는 자격증과 산림기술사라는 자격증이었어요. 제가 산림기술사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2년을 더 있어야 응시자격이 주어지더라고요. 저는 계속 산림과에서 나무와 산을 보고 싶었기에 나무의사 자격증에 도전하기로 했어요.

 

나무의사는 산림청에서 발급하는 국가전문자격증인데 아직은 좀 생소한 자격증입니다. 나무의사를 알게 된 뒤 폭풍검색을 했더니 나는 산림기사 자격증이 있어서 전국 13개 대학에서 150시간 이상 나무의사 양성 교육만 받으면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는 사실이었어요. 저는 운이 좋게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그리고 마침 기간제 계약종료 시기에 서울대 한 번 가지 않고, 집에서 비대면 ‘줌’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식물병원에 지원했는데 무려 9:1의 경쟁률을 뚫고 추첨을 통해 한 번에 당첨되었어요. 주변에는 여러 번 추첨에서 떨어진 분들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 나무의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3월부터 다시 기간제로 산림과에 출근하면서 나무의사 1차 시험을 준비했어요. 1차 시험은 6월 4일에 있었는데, 운 좋게 합격했어요. 그리고 2차 시험은 논술형 시험으로 8월에 있었는데 떨어졌습니다. 떨어지고 나니 다음 2차 시험까지 5개월쯤 남았고, 또다시 운이 따라 12월 기간제 계약종료 후 한 달 반 시간이 있었어요. 집에서 놀면서 2차 시험을 준비했고, 올해 2월 14일 시험을 보았어요. 시험이 끝나고 그다음 주부터 또다시 산림과에 출근하고 있어요. 3월 17일, 합격자 발표에서 합격을 확인했습니다. 일 년여 공부과정이 마무리되었고 자격증으로 먹고살 만한 것은 없을지 새로운 일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자격증을 많이 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닌데 점점 자격증 부자가 되어가고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 중에는 출근하지 않으면서 걸어만 놔도 4대 보험과 50~100만 원 월급을 받는 자격증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짓이고, 그렇다고 매년 기간제라도 써준다는 보장도 없다 보니 자꾸 자격증만 도전하게 되었네요. 경험을 쌓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새로운 일은 늘 낯설고 힘들다 보니 뭔가를 하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있어요. 자격증 따기 위해 쓴 돈만 수백만 원이네요. 4년 전 귀농할 때의 생각과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다르고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언제쯤에나 맘 편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혹시, 귀농(귀촌)을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제 경험을 참고해서 제대로 된 귀농 귀촌 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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