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라

by 센터 posted Jul 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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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라*

 

4500년 전의 문이 열리고 있어

죽은 자가 산 자를 방문하는 거지

 

해골을 보고 정중하게 

앗살라무 알라이쿰**

 

내 나이보다 4500살을 더 먹은

9살의 어린 주인 

 

죽음은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아도 되는 일

 

쾡한 두 눈으로 전하는 무언의 말들

무슨 인사를 하고 싶었던 걸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침묵의 무게는 무거워지지    

 

무릎 앞에 수북이 쌓이는 흙모래 

 

 

뼈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했어 

 

이 아이가 기뻤는지

아니면 슬펐는지 

그것도 아니면 어디가 아팠는지

어느 들판에서 뛰어 놀았는지

 

뼈에 사연만 있고

행복에 대한 기록은 없었어

그것은 슬픈 모래알

 

둥근 두개골 아래

크고 작은 어둠의 구멍들 

 

나의 앞날을 알고 있다는 듯이

깊은 눈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지

 

* 이집트 나일강 연안에 있는 고분 마을  

** 아랍어로 ‘안녕하세요. 평화가 함께 하길’

 

황사라.jpg

 

 

 

 

 

 

 

 

 

 

 

 

 

 

 

 

 

황사라 시인 

2023년 전북일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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