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바닥에 온 지 7년쯤 됐을까
본점으로 지점으로 많은 동료들이 들어왔다
또 나가는 동안 지문이 사라져버렸다
손에 물 닿고 불 닿고 하는 게 일이니
손이 미끌거려 비닐을 펼칠 땐 검지에 물을 묻힌다
뭐든 묶어 냉동실에 쟁이는 게 일이다
코로나팬데믹이 절정일 땐 종일 서서 10시간을 비볐다
화구의 매연과 전표와의 싸움은 묵은 때 청소로 대체된다
환갑을 앞두거나 지나거나 종이박스 위에 쭈그려 엎드려
냉장고 안 성에를 깨는 여사님들 신세한탄을 듣자하면
십수 년 경력 다 소용없는 모두 최저시급 종사자로
나 같이 젊은 놈을 타박한다 자격증 따서 진급해라
진급이란 평생 윗사람 뒤치다꺼리나 하는 일이니
턱 괴고 앉은 어린 점장 넋두리 또 듣노라면
쓸쓸한 뉴스를 보는 것 같아서 일이란 게 어차피
지문쯤은 없어도 될 서로 검지에 물이나 묻혀 하루를
때운다는 것이다 이 바닥이 그렇다는 것이다
위에서 보면 그렇게 형편없다는 말씀
조회 때 종대로 모여 듣고 점심 때 횡대로 줄서 듣고
형편없는 반찬들 형편없는 살림들
누가 또 과일 좀 싸왔다고 둥글게 모여
시시콜콜한 뒷담화로 밥시간을 때운다
최명진 시인
2006년 리토피아 신인상 당선.
시집으로 《슬픔의 불을 꺼야하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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