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에 들어가는 것은 체온을 잃는 일이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살얼음이 끼었다 달력의 날짜들은 빙점 밑에서 동상을
입었고 나는 그 방의 둘레를 상자라고 불렀다 언 뺨이 터지면
불이 켜지는 어둠이었다 커튼 대신 쳐 놓은 런닝셔츠 사이에
관을 그대로 세워 놓은 것 같은 냉장고가 있었다 빈 그릇들은
더 차가워지고 있었다 그는 손을 떨었고 자주 주저앉았다 불을
얼어붙게 만드는 둘레였다 없는 두부이고 숫자가 사라진 달력
이었다 냉기가 차오르는 방이 사람 하나를 저장하고 있었다
최세라 시인
2011년 계간 《시와반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복화술사의 거리》,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콜센터 유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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