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달려온 기차가 서울역에
도착하는 순간 어제가 오늘이 되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봄소식과 함께 전해왔다
무료급식소가 있었던 자리
한 아버지가 말줄임표로 서 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림자도 함께 서 있다
무쇠 바퀴 굴러가는
쇠 울음소리가 들리는 서울역
사금파리를 입에 문 그믐달이 오늘도
염천교 다리 위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제목은 이탈리아 루도비코 뒤 마르티노 감독의 영화 〈짐승의 시간〉에서 차용했다.
이권 시인
전직 철도 노동자였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민예총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아버지의 마술》과 《꽃꿈을 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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