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의 무게

by 센터 posted Apr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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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바퀴가 주저앉았다
켜켜이 쌓인 주름살 같은 상자가
안간힘을 다해 도로 한복판에서 벗어나려 한다
늘 벗어나려 했던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바퀴의 그늘
끌어도 끌어지지 않는 상자의 무게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한나절 그늘을 받아낸다
푹 수그리고 앉았던 자리에
늙은 그림자는 꼼짝을 하지 않는데
홑겹의 낡은 옷이 휘청거리며
거리를 밀고 간다
묵묵히 바닥만 내려다보던
늙은 그림자가
스러지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박경희 시인.jpg

박경희|1974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시안 신인상 수상. 제 3회 조영관 창작기금 수혜.
시집 《벚꽃 문신》, 동시집 《도둑괭이 앞발 권법》,

산문집 《꽃 피는 것들은 죄다 년이여》,

《쌀 씻어서 밥 짓거라 했더니》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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