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자회사 직고용’의 진실

by 센터 posted Jan 29, 20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파리바게뜨 자회사 직고용의 진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지난 127일 한국경제는 제빵사 직고용의 역설일자리 25% 줄어에서 정치 논리에 밀린 무리한 정규직 전환으로 제빵사 수가 25% 줄었고, 신규 채용 규모가 3분의 1토막 났다정규직의 역설사례라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제빵사를 고용하지 않고 점주가 직접 빵을 굽는 매장은 2018년말 283개에서 지난달 말 918개로 224.3% 늘었다며 그 원인을 무리한 임금 인상과 제빵사 직고용 등 왜곡된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보도는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판정에 따른 사회적 합의의 의미를 왜곡할 뿐 아니라 SPC그룹의 합의 불이행의 책임을 은폐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경제는 업계에 따르면이라고 출처를 밝히고 있으나 기사의 대부분 자료가 SPC그룹이 제공한 것이다.

더구나 한국경제의 보도가 노조 탈퇴 강요혐의를 받는 황재복 SPC 대표 이사 소환을 앞두고 이뤄져 ‘SPC그룹과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임삼빈 부장검사)는 한국경제 보도가 나가고 난 며칠 뒤인 1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황재복 SPC 대표이사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PC그룹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은 지난 1030SPC그룹 본사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PB파트너즈의 부당 노동 행위에 SPC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4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러한 진급 차별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파리바게뜨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한국경제는 기사에서 제빵사 직고용시장 왜곡이라고 비판했지만, 이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린 주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점주 의사와 상관없이 정부와 노조가 가격’(임금)을 대신 정한 부작용이라고 잘못된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제빵사 직고용2017년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 파견 사실을 확인해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54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한 이후, 20181월 제빵기사들이 가입한 양대 노총 노조, 정당, 시민사회단체·가맹점주협의회, SPC까지 참여해 체결됐다. 파리크라상이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자회사(PB파트너즈)를 설립해 고용하되, 제빵기사의 임금을 파리크라상 수준에 맞추고 그동안의 부당노동행위를 시정하고 불법 파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것 등이 당시 사회적 합의의 핵심이다. 한국경제는 정치권과 고용노동부, 양대 노총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SPC제빵사 자회사 직접 고용으로 불법 파견에 따른 과태료 162억 원을 면제받고, ‘직접 고용부담에서도 벗어나는 혜택을 누렸다.

 

20214SPC는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사회적 합의 이행 등을 촉구하며 2022328일부터 519일까지 53일간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SPC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 파견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이행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학계·법조계·노동인권 전문가들이 참여한 검증위원회가 사회적 합의 12개 항목 가운데 2개만 이행됐다는 중간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경제는 기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제빵사의 월급은 2018년 이후 약 50% 뛰었다제빵사 월급이 500만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의 증언은 다르다. 지난 9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제빵기사 실태조사 토론회에서 발표된 제빵사들의 노동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매장 기사의 평균임금은 최대 28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200만 원 미만과 300만 원 이상의 응답을 제외하고, 93%를 차지하는 200만 원~300만 원의 응답 112명에 대해 최고 임금액에 대한 평균값을 낸 금액으로 실제 응답자들의 임금 평균은 이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SPC그룹은 20214이행 완료를 선언하면서 지난 3년간 제빵기사 임금을 40% 인상하는 등 연봉과 복리후생 수준을 파리바게뜨 본사 수준으로 높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지회가 2022년 공개한 자료를 보면, 파리바게뜨 매장 제빵기사의 연 급여(고정급 기준)20182300만 원대에서 2900만 원대 수준으로 약 25% 오르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조돈문 검증위원회 위원장은 파리크라상과 PB파트너즈에 호봉 테이블과 급여체계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회사가 이를) 거부했다비밀스러운 자료가 아닌데도 제출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늘어난 원인도 단순하게 제빵사들의 임금 인상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제빵기사 실태조사 토론회(이하 실태조사)’에 참석한 박선영 중앙대 중앙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은 PB파트너즈(이하 자회사)가 설립된 후 점주들이 내는 도급비가 1.5~2배 증가한 것은 새 로운 운영·관리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의 주장에 따르면 자회사는 기존에 제빵 용역을 공급하던 협력업체를 사업부의 형태로 그대로 흡수한 것으로 가맹점주가 지불하는 도급비 이외에 다른 수익 구조가 없는 파리크라상의 인력 회사에 불과하다. 자회사가 설립되면서 매장 기사를 관리하는 노무직과 사무직이 생겨나고, 자회사 운영을 위한 새로운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다. 자회사의 조직 체계는 매장에 파견된 메인 기사, 메인 기사들의 출퇴근 확인과 휴무 시 파견되는 지원기사, 지원기사 중 조장 역할을 하는 지원조장, 품질교육주임 QC Quality Coach, 지원기사와 지원조장을 관리하는 현장관리자 BMC, 제조장, 사업부장, 대표이사로 구성된다. 이전 협력업체는 대표와 제조장으로 구성됐으나, 불법 파견 시절 본사에서 담당하던 현장 관리 업무를 자회사가 담당하게 되면서 운영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도급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자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본사인 파리크라상의 이익은 증가하지만, 점주들의 부담은 늘어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빵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제빵사들은 하나같이 요즘 이슈는 고용 불안이라고 증언하였다. 자체 제빵사를 고용하는 매장이 생기기 시작하고, 폐업 매장도 늘어나고,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줄면서 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사 채용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카페기사(매장에서 샌드위치나 음료를 만들며, 제빵사보다 임금이 적음)들의 인력 감소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저희가 처음에 노동조합 설립해서 불법 파견 투쟁할 때 5300명 정도였거든요. 그중에 1200명이 카페 기사였어요. 얼마 전에 회사에 카페기사가 지금 몇 명 있냐물었더니 600명이라고 하더라고요.”

 

도급비가 증가하자 점주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1개 매장 1 제빵기사 원칙을 지키게 되고, 제빵사 채용이 줄어들면서 남은 제빵사들의 노동 강도는 견디기 힘들 정도이다. 박 연구원은 실태조사 과정에서 만난 제빵기사들이 하나같이 청년 여성 노동자를 갈아서 빵을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제빵기사들은 매일 9시간 안에 50~100종 정도의 빵을 400~900개 만들어야 하며, ‘아파도 쉬기가 어렵다고 증언했다.

제과·제빵 1위 기업인 SPC그룹이 잇달아 발생한 안전사고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며 불매운동이 대상이 됐다. 지난해 SPC그룹의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를 계기로 한 달 넘게 SPC 계열사의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와 제빵노동자에게 전가됐다. 그러는 사이 파리바게뜨는 미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며 매장 오픈을 앞다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파리바게뜨의 미국 매출은 33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2%나 상승했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10개국에 52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해외 매출이 6천억 원을 넘어섰다.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한국경제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빵기사 채용 현황과 자회사 설립과정, 임금 등 근로조건 현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경향신문은 조선일보의 고 양회동 열사 분신 방조와 유서대필 의혹 보도에 대해 사설에서 언론이 명확한 근거 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짓밟으면 그것은 시쳇말로 언폭이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윤리헌장에서 날로 다원화하는 언론환경에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책무에 충실한 윤리적 언론은 시대의 요청이다고 밝혔다.

 

노동 혐오보도가 넘쳐나면서 우리 사회에서 연대는 사라지고 민주주의는 근본에서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불평등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자성이 필요하다.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