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프레임은 언론이 만든 거짓 신화

by 센터 posted Feb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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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지난 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해 공기업 35곳의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약 47%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조사에서 정규직 채용은 줄었지만 상임 임원은 증가했다고 한다. 리더스인덱스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공기업 채용이 증가하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연속 급감했다.”며 “반면 정권 말기에 임기가 보장된 상임 임원의 ‘알박기’ 인사는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2월 9일 기사에서 “일각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총대를 맨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라면서 ‘코로나19’ 자리에 ‘비정규직 제로’를 슬쩍 집어넣었다.

 

다음날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일제히 사설을 통해 “‘비정규직 제로’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일부 비정규직에는 로또가 됐겠지만,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증발시켰다.”라면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후유증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여야 후보들에게도 반면교사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협박(!)했다. “비정규직을 구제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지, 결국 공공기관 취업을 목표로 준비해온 수많은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언론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 먼저 이들 신문이 언급한 공기업의 정규직 채용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인 2016년 신규 채용은 599명이었으나 2017년 1,059명, 2018년 2,180명, 2019년 3,963.5명, 2020년 1,963명, 2021년 1,426명이었다. 한국전력공사는 2016년 1,411명이었으며 2017년 1,573명, 2018년 1,780명, 2019년 1,772명, 2020년 1,547, 2021년 1,047명을 일반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6년 77.75명을 신규 채용했으나 2017년 116.25명, 2018년 131명, 2019년 149명, 2020년 75명, 2021년 70명을 신규 채용했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2016년 신규 채용은 55.5명이었고 2017년 34명, 2018년 39명, 2020년 1명을 신규 채용하고 2021년에는 전혀 채용하지 않았다.

 

한국마사회는 2019년 7조 4,752억 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되면서 1조 905억 원으로 1/7 수준으로 수입이 급감했다. 반면에 2019년 인건비는 1,516억 원이었고 2020년은 1,355억 원으로 감소했다. 언론은 한국마사회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경영이 악화됐다고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된 단시간 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68만 원이다.

 

언론이 사례로 언급한 공기업은 비정규직 제로 정책 실시 이전인 2016년에 비해 신규 채용을 확대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청년의 일자리가 줄었다는 이들 신문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다.

 

고용노동부는 2월 10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었다.”라는 중앙일보 사설과 관련해 “‘21년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인원은 27,034명(출처:알리오)으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된 ’17년 이전(‘16년 20,954명, ’17년 22,536명)과 비교하여 감소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 “정규직 공채를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채용 기회를 잃었다.”라며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라고 주장했다. 공기업 직원 수와 총액 인건비는 한정돼 있는데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다 보니 정규직 신규 채용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거짓말이다.

 

신문기사.jpg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원(임원 제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며 정규직은 일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되고 비정규직은 기간제와 ‘소속 외 인력’으로 구성된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이들 신문이 언급하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전히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속이 아닌 ‘소속 외 인력’으로 분류되며 민간 용역회사에서 자회사로 이동되었을 뿐이다. 2021년 4/4분기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는 9,071명이다.

 

이들 자회사 노동자들의 처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 21일 ‘인기 좋던 인천공항 자회사의 추락··· 직원들 줄사표 던진다, 왜’ 기사에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월급은 세전 270만~280만 원, 세후 230만~240만 원 정도로 용역업체 때보다 약 10만 원 정도 올랐다.”라며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에서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공항 본사는 취업하고 싶은 공공기관 1위”라며 “보안·경비 자회사도 초반엔 비슷했는데, 현재는 본사와 정반대 상황이 됐다.”라고 보도했다. 오히려 ‘다른 공공기관, 공기업 경비직으로 이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들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다. ‘신의 직장’인 정규직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이들 신문의 주장 또한 거짓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10일 발표한 언론 보도 설명 자료에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와 관련해서도 기존 사업비에 포함된 용역비 등을 활용함으로써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문제는 ‘형식만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됐을 뿐, 임금과 복지는 개선되지 않은 채 차별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신문1)들은 지난 2년 동안 수시로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공공기관의 인건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공공기관의 부채가 급증했으며, 이 때문에 채용이 줄어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박탈됐다고 보도했다. 언론이 거짓으로 만든 ‘공정 프레임’은 연대 의식을 파괴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여론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대한민국이 망하면 가장 큰 책임은 언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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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 중앙, 동아, 세계일보를 비롯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을 ‘보수언론’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들 신문의 기사와 사설, 칼럼은 정치적 신념과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이들 신문은 단지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신문에 불과하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이들 언론을 ‘기업신문’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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