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도 노동단체가 생겼어요

by 센터 posted Jan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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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도 노동단체가 생겼어요

 

  • 인터뷰이 이현경 강릉노동인권센터 센터장
  • 인터뷰어 강인수 센터 상임활동가

이현경.jpg

 

 

 

 

이번 호 회원 인터뷰 주인공은 강릉노동인권센터 이현경 센터장이다. 상근자의 수고로움을 덜어준다며 먼저 지면 인터뷰를 자원해주셨다. 우리 센터 상근자들이 강릉에서 워크숍 할 때 환대와 긍정의 에너지를 듬뿍 전해주었는데 글을 통한 만남에서도 그이의 환한 미소가 느껴진다.

 

Q 안녕하세요~ 지난 1025일 강릉노동인권센터(이하 강릉센터) 창립총회가 있었는데 가보지 못해 너무 아쉬웠어요. 노동센터 불모지였던 강원도에 생겨서 얼마나 반갑던지요. 특히나 요즘 시기에 민간 노동 단체를 만들고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어떻게 강릉에 노동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어려운결심을 하게 되었을까요?

 

A 제가 처음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고요. 직장갑질119와 노동건강연대에서 활동하신 박혜영 노무사님이 강릉에 계시는데 전국 노동센터 활동들을 많이 알고 있었어요. 노무 상담하면서 우리 지역에도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가 많은데 노동센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지역 시민단체 분들께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일단 서로 인사도 할 겸 밥이나 먹자고 몇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덜컥 일을 맡아 보겠다고 했네요. ^^ 너무 쉽게 결정해서 주변 사람들이 더 놀라긴 했지만요. 그땐 어떤 큰 결심보다는 활동가로 살지 않았던 10년의 세월에 대한 미안함과 언젠가 다시 노동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노동센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서 큰 고민 없이 하겠다고 했어요.

 

창립총회.jpg

10월 25일 열린 강릉노동인권센터 창립총회

 

그게 지난 1월이었고, 2월부터 시민단체 활동가와 관심 있는 분들로 노동센터 설립 추진위원회를 꾸려서 회의를 시작했어요. 3월에 한비네(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박재철 의장님과 이남신 소장님, 변정윤 전 사무국장님을 모시고 초청간담회를 하고,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님과 간담회도 진행했어요. 4월에는 강릉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집담회도 하면서 어떻게 노동센터를 만들고 활동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많은 도움이 있었고 20여 차례에 걸친 준비위원회 논의과정을 거쳐서 지난 1025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Q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 강릉 하면 바다 보러 가고 싶은 곳, 커피, 순두부 등이 떠오르면서 보통 여행지로의 의미가 강한 데 비해 노동에 대한 이미지는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노동 현안이 있는 사업장은 주로 어떤 곳일까요. 그리고 노동 관련 주요 이슈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강릉지역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많고 최저임금이나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노동법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 기도 합니다(요즘 같은 시대에 강릉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요 ^^ ).

강릉에는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 노동자들과 택시업 체에 대한 강릉시의 특혜감차와 회사의 폐업에 맞서 투쟁하는 민주택시노조 창영운수분회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는 강릉과 울릉도-독도를 운항하는 선원노동자들로 한국 최초의 선원노동조합입니다. 하루 14~16시간씩 일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교섭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부당전보와 부당해고였고 현재 1000여 일째 부당해고 철회와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혹시나 울릉도를 가기 위해 강릉항에 오시면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택시사업장인 민주택시노조 창영운수분회 노동자들은 강릉시의 무리한 특혜감 차와 회사의 폐업으로 사전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강릉시는 창영운수 한 사업장의 91대 전 차량을 감차하면서 기존 감차 비용에서 600만 원이나 웃돈을 주면서 1대당 5000만 원, 455천만 원을 회사에 안겨주며 폐업을 도왔고 10~20년 일한 노동자들은 아무런 사전예고도 없이 사직서를 강요받았고 해고되었습니다. 강릉시는 회사 전체 택시를 감차하면서 폐업할지 몰랐다는 무책임한 답변만을 하며 생계 위협에 놓인 노동자들의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창영운수 노동자들은 강릉시청 앞에서 8개월 넘게 투쟁하며 해고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강릉시에 고용대책을 마련하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보건의료노조에서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노동단체 활동은 노조와 결이 매우 다를 수도 있고, 비슷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지난 활동 경험을 들려주신다면···. 그리고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요.

 

A 보건의료노조에서 활동한 지 너무 오래 전이네요. 2013년에 그만두었으니까 꼭 10 년 전이에요. 보건의료노조에서 미조직 비정규 담당으로 조직화 사업을 했어요. 노동조합이 없는 병·의원을 다니면서 실태조사도 하고 노동상담도 하고, 노동조합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했습니다. 노동센터 활동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던 거 같아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는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았고, 지금은 법이 바뀌었지만 예전엔 연차휴가에 국가 공휴일을 포함해서 실제 연차휴가가 거의 없는 사업장도 많았어요. 그 당시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법이 있어도 현실에서 적용되기 참 힘들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노동센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때 활동에서 느꼈던 부분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거 같습니다. 그때 경험이 지금 노동센터 일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아직은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센터를 준비하면서 사실 어떻게 만들어갈까 어떻게 활동해야 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주변에 숨은 전문가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다행히 여러분이 도와주시고 함께 고민해줘서 무사히 창립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센터 상근활동가가 아직 저뿐이라 이후 활동이 조금 걱정이 되긴 하는데 이사님들이 많이 나서줘야겠죠!

 

Q 강릉센터 창립 전부터 한비네 회의나 행사에도 꼬박꼬박 참석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한비네를 언제부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참여한 후 느낌도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강릉지역에 처음 노동센터를 제안했던 박혜영 이사장(강릉노동센터를 제안하셨던 노무사님이 이사장으로 선출되었어요)이 한비네를 잘 알고 계셔서 센터 준비를 하는 처음부터 한비네를 알고 있었습니다.

 

A 강릉센터 준비과정에서 한비네 의장님과 센터장님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강릉센터 창립 전에 한비네 회의에 참석하게 해 주셔서 전국 센터에 인사도 드리고, 덕분에 발기인으로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셔서 재정적인 도움도 컸습니다. 지면을 빌려 감사 인사드립니다.

한비네 10년의 발자취 백서를 보았습니다. 지난 10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한비네를 잘 알 수 있었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출범선언문이 너무 좋았습니다. 비정규직 철폐냐 차별 철폐냐 지금도 여전히 논쟁하고 있는 거대담론보다 실사구시 정신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한비네 정신에 너무 동의가 되었습니다. 명품조연이 되겠다는 말도 좋았고요. 강릉센터도 한비네의 지난 역사를 따라 많이 배우고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강릉센터에서 계획하고 있는 사업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아이디어도 주시면 좋겠어요.

 

A 특별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활동하다 보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찾아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직은 한비네 활동을 잘 따라 배우려고 합니다. 한비네가 그동안 해온 사업들 중 지역에도 꼭 필요한 사업들이 많고, 특히 이건 우리 지역에도 꼭 해보고 싶은 사업도 있어서 이후에 상황에 맞게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지역의 전반적인 노동환경을 파악하고 지역에 맞는 사업을 해야겠지요. 강릉의 노동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조사사업이 먼저 필요할 거 같고 이 부분은 한비네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노동자 글쓰기 모임은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은 사업입니다. 제가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노동자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 워하는 거 같아서 글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단 몇 줄이라도 써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쓴 글이 쌓이면 개인별 책도 만들고 싶습니다. 자신이 쓴 책을 출판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강릉센터를 통해 작가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다행히 지역에 도움받을 수 있는 작가님이 계셔서 꼭 해보고 싶은 사업인데 지원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도 노동자 글쓰기 모임이 있었던 거로 아는데 이후에 도움 요청하겠습니다. 아이디어를 달라고 했는데 도움을 요청하게 됐네요.

 

Q 강릉센터 창립 준비하실 때 한비네 회의에서 처음 뵙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실에도 오셨을 때 감사하게도 바로 회원 가입도 하셨는데요. 인연을 맺으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후원을 바로바로 하시는 편인가요?

 

A ~ 바로바로 후원하는 편은 아닌데 같은 민간센터라는 동질감이 있었나 봐요. ^^ 민간센터는 후원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강릉센터를 준비하면서 후원회원을 모집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갖는 상징성도 있고 역사도 있는 곳이라 작은 것이지만 함께할 방법이 후원이라 생각해서 고민하지 않고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내심의 계산(?)도 있었습니다.

 

Q 활동하는 지역은 다르지만,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 노동단체로서의 정체성은 같은데요. 센터 활동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쓴소리도 좋습니다.

 

A 제가 아직 센터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는데··· 쓴소리는··· ···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한국 사회의 비정규 노동운동에서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노동 문제를 의제화하고 현재 노동센터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정책연구위원들의 전문성이 우리 나라 최고라고 하던데 강릉센터의 이후 조사사업에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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