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에 맞는 차

by 센터 posted Jun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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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탁  안의한의원 원장

 

 

6월입니다. 산과 들은 신록을 지나 녹음으로 짙어지고 있습니다. 

봄을 장식했던 많은 꽃은 졌지만 

여름꽃이 또 산마다 들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들이 피어납니다.

그런 어느 한가한 오후,

다소 뜨거워진 햇살 너머 저 멀리에서 이름 모를 산새 소리,

공간의 미로를 헤집고 분분히 날 것입니다. 어디선가

피어난 꽃향내도 산새 소리를 쫓아다닐 것입니다.

나는

 마루에 앉아 다포를 펼쳐놓고 그 위에 찻잔 하나 내려놓고

그 잔에 산새 소리와 꽃향내가 내려앉기를 가만히 기다립니다. 그리고

지난 봄날 따다 말린 꽃잎 하나 살포시 띄워놓습니다.

산새 소리와 꽃향내와 꽃잎과 내 마음의 고요와

지난 시간 어느 한 시점의 나와

나와 연관된 어떤 인연이 충분히 우러나길 기다립니다.

내 마음의 차향도 우러나 서서히 그 찻잔에 담깁니다.

한잔의 차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차만을 마시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차향을 쫓아가면

지난 어느 시점과 마주 앉게 됩니다. 그곳에서

잊었으리라 생각했던 인연과 

고요 속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과 다하지 못한 소리 없는 대화를

가만히 가만히 나누게 됩니다. 이때 

한잔의 차는 나와 나의 인연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도구가 됩니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내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들이 각각 다릅니다. 체질에 맞는 차를 하나 골라 즐긴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마주 앉고 싶다면 몇 가지 더 준비하고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생활 습관을 통해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늦잠을 즐깁니다. 행동이 느립니다.

한 가지 일을 하면 계속 그 일을 합니다.

사람을 한 번 기다리면 약속 시간이 지나도 계속 기다립니다.

외부적으로 너그럽게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욕심이 많습니다.

화를 내고 나면 금방 후회합니다.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찝니다.

이런 사람은 오미자차를 권합니다.

 

잠이 많습니다. 쉬이 피곤해합니다. 목욕하고 나면 한숨 자야 합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와 말 한마디 하려고 해도 많은 생각을 합니다.

겨울에 몹시 추위를 탑니다.

배가 자주 아픕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인삼차를 권합니다.

 

초저녁잠이 많습니다. 새벽에 일어납니다. 낮잠이 없습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합니다. 마무리를 보아야 속이 편합니다.

할 말이 있으면 해야 합니다. 마음에 담아두고 참지 못합니다.

집안에만 있으면 갑갑합니다.

이런 사람은 산수유차를 권합니다.

 

성질이 급합니다. 몸이 뜨겁습니다. 체형은 말랐습니다.

화를 내면 무서울 정도로 냅니다. 화해할 줄 모릅니다.

말이 많지 않지만 한 번 하면 아주 논리 정연합니다.

자신을 굽힐 줄 모릅니다.

하체가 약해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얼굴이 큽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모과차를 권합니다.

 

자신 체질에 맞는 차를 앞에 두고, 차향이 우러나길 기다리는 재미가 좋습니다. 너무 빨리 가는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맛이 솔솔 합니다.차 한잔의 고요 속에서 지난 인연과의 사색은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그리고 혹여 자신을 찾아든 객이 있다면 그들에 맞는 차를 권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서로의 정신을 맑게 하면서, 약간의 건강을 나눠 가지면서 현재와 미래와 지난 시간을 공유하는 것은 더없는 즐거움입니다.

 

어때요?오늘부터 저와 함께 한잔의 차를 즐기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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