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한 투쟁의 결실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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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정규직 전환 사례


김진경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 



정리해고 노동법이 날치기로 통과되고 IMF 경제위기로 인해 서울대병원이 정부 지침에 따라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우리는 서울대병원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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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병원 로비에서 진행된 총파업 3일차 집회(@공공운수노조)


1999년 봄, 병원은 구조조정 패키지(임금 삭감, 휴가 축소, 연봉제 및 차등 성과급제 도입,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를 들고 나왔다. 파업 투쟁으로 정부와 병원의 구조조정 개악을 저지했지만, 병원은 일방적으로 소아 급식 외주화 계획을 추진하였다. 우리는 10월부터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고 12월 30일 병원과 노사협의회에서 일방적으로 외주화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합의하였다. 하지만 이듬해 1월 1일 병원은 외주업체와 몰래 계약을 체결하고 소아 급식과 출입문을 봉쇄해 서울대병원에 외주업체 식당을 들였다. 이후 경비, 주차, 청소 등 퇴직자 자리에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는 계속 늘어났다. 비정규직 확대는 현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는 매년 핵심으로 요구되었고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부당하게 해고당할 때마다 그들이 복직할 때까지 함께 투쟁했다.


2003년 여름, 병원은 15년간 운영해온 간병인 무료소개소를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던 간병인 노동자 200명을 거리로 내쫓았다. 이에 노조는 간병인을 조합원으로 인정해 18개월 동안 함께 투쟁했다. 이들은 지금 서울대병원 희망간병분회라는 이름 아래 굳건하게 서울대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2006년 겨울,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제기되고 국회에서도 비정규직법을 개악시켰다. 우리는 병원에게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합의와 2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되었다. 우리는 정규직 노동자의 파업 투쟁을 통해 2년 미만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고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받아냈다.


이후 우리는 의료연대서울지부로 조직을 개편해 병원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 조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식당분회뿐만 아니라 병원시설을 담당하던 성원개발분회, 청소 노동자로 구성된 민들레분회를 조직해 하청 노동자의 고용 보장과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고 투쟁했다. 외주화 광풍이 몰아친 2007년도 이후 우리는 파업 투쟁을 통해 61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이루어냈다.


2017년 촛불 혁명 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내걸린 펼침막에 적혀 있던 문구이다. 대통령은 이날 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문재인 1호 정책’으로 내놓았다. 사람들은 ‘노동존중 사회’ 예고편을 봤다며 환호했다. 1,500명에 달하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그리고 보라매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기뻐했다.


우리는 먼저 조직과 투쟁을 위해 선전과 교육을 하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지 차별받는 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를 이간질하려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라는 점,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협업해야 병원을 찾는 환자도 건강해지고 노동자도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 비정규직 없는 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20년 동안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의 종지부를 찍고 서울대병원을 차별 없는 병원으로 만들자’라는 목적으로 조합원 간담회와 교육을 실행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병원을 만들기 위해 또다시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 2017년 의료연대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임금, 단체협약 투쟁의 핵심요구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었다. 12월 정규직 노동자의 파업 투쟁으로 상시업무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614명을 무기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합의했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 승계하되 전환 방식은 노사전문가협의기구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18년 노사전문가협의회의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원·하청 노동자 공동 투쟁 없이는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음을 직감했다. 서울대병원장은 다른 국립대병원의 정규직화 합의를 막으면서 철저하게 자회사 설립을 고집했다. 서울대병원은 병원이 가진 사회적 위상, 노동조합 조합원 수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견제, 직접고용 시 연간 100억 이상이 소요된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800여 명 하청 노동자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묵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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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서울대병원 원하청 공동파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공공운수노조)


2019년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2019년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의 4차에 걸친 8일간의 파업 투쟁과 121일간의 천막 투쟁 등 단결된 파업 투쟁을 통해 자회사 및 노동부 지침 표준임금체계가 아닌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루어냈다. 우리는 서울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서울대병원이 2019년 11월 1일자로 직접고용한다’, ‘전환 후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 등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하청업체와 맺은 정년협약을 인정한다’ 등의 내용으로 병원과 합의했다. 


20년간 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한 투쟁의 결실로 마침내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루어냈으나 아직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 내용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으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지 못한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 국립대병원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민간위탁 사업장으로 편재되어 있는 식당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 등이 이후 과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국립대병원이 자회사 방식을 고집하며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노·사가 자회사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합의한 것과 청소, 시설관리, 주차 및 경비 등 공공기관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직무를 저임금 노동자로 낙인찍는 정부의 표준임금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차별 없는 정규직화를 이뤄낸 것은 매우 뜻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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