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 시작되고 몇 명은 굴뚝으로 올라가고
굴뚝 위에서는 모든 것이 훤히 보이지요
굴뚝 위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당신이 없다면 우리 모두 흩어져 울었을 거예요
파업을 지지하러 몰려온 사람들도
이제 지쳤어, 안 되겠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자기만의 굴뚝에서 연기를 피우는 사람
굴뚝 속이라도 들어가 손바닥을 쬐고 싶은 사람도
내려오면 안 돼요 끝까지 버텨 보세요
얼어붙은 눈물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는 사람도
내려오라 목이 쉬어 소리 지르는 가족들도
굴뚝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보이지요
하얀 구름을 찍어내는 굴뚝도 이젠 좀 쉬어야지
모두가 굴뚝 주변에서 뭉게뭉게 이야기를 피울 때
이야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구름이 될 때
지나가던 구름이 굴뚝 위에서 쉬다
근심 많은 사람들 이마 위로 쏟아질 때
드디어 굴뚝에서 연기가 멈추고 공장도 지쳐 쓰러졌어
이제 모두 집으로 돌아가 밀린 잠을 자야지
언제 우리가 굴뚝 위로 올라왔지
굴뚝 위의 사람들은 언제 내려가야 하는지 모르고
내려가야 할 사다리마저 치워지면
굴뚝 위의 사람이 종일 뱉어내는 한숨으로 안개가 끼고
지상의 인간들은 가끔 이야기 한다
모든 것이 보이지 않아 눈이 멀어버렸나봐
굴뚝 위로 올라간 사람들은 먼 곳을 보며 노래하네
파업이 시작되고 몇 명은 굴뚝으로 올라가고
김성규 시인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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