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고 매끈한 밤 속에 웅크리고 앉아
속살을 파먹고 있는 애벌레
가부좌를 틀고 앉은 폼새가
부처님 못지않은데
겉은 멀쩡하니 건강미 넘쳐흘러서
한눈에 보기도 탓할 것 없다
머리도 없고 가슴도 없고
겉옷 매무새만 단정하니 차려입은 알밤들이
지하도 에스컬레이터 계단에서
우르르 쏟아진다
필살기로 뜨거운 냄비에 투항한다
벌레에 속살이 파먹히는지도 모른 채
남의 속살이나 탐내며 분주히 걸어가는
가공할 껍데기들이
앞다투며 삿대질하며
도심 속 빌딩 꼭대기를 향해 질주한다
글|시인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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