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센터 정책연구위원
한국은 이른바 ‘인구소멸 시대’에 접어들었다. 1970년 출생아 수는 101만 명이었으나,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 명으로 1/4 수준으로 떨어졌고, 가임여성 1인당 합계 출생률은 1970년 4.53명에서 2021년 0.81명으로 감소하였다(통계청, 2022). 이에 비해 2021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6.5%를 차지하고 있고, 2025년에는 20.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통계청, 2022).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인구소멸 현상은 상당히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구소멸이 지역에 주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2022) 자료에 의하면, 2022년 3월 기준 인구소멸 위험 지역이 113개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국 228개 시군구의 49.6%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이전에는 영호남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소멸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는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이 인구소멸 지역에 포함된다. 특히,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포함된 경상남도 통영시,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포함된 충청남도 당진시, 전라북도 군산시, 전라남도 영암군, 전라남도 여수시는 제조업 중심 산업도시라는 점에서 인구소멸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
많은 정책 전문가는 지역소멸 문제를 열악한 지역 일자리 문제에서 찾고 있다. 유출 인구 대부분은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와 고도 전문 분야 기술자거나 청년세대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역에서 머무를 수 있는 일자리와 산업구조가 미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반면, 오히려 수도권에 호감 가질 만한 일자리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지역별 노동소득 격차도 상당히 커졌다. 서울 중심 수도권 노동자의 노동소득과 비수도권 노동자의 노동소득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한 민주연구원(2023) 보고서를 보면 전국 평균 노동소득은 3,848만 원이다. 평균 노동소득보다 높은 지역은 세종, 서울, 울산, 경기이며 그 외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평균 수치를 밑돌고 있다. 자세히 비교해보면 서울의 평균 노동소득은 4,400만 원으로 평균보다 500만 원 이상 높고, 전라북도의 평균 노동소득은 3,414만 원으로 400만 원 이상 낮다(강병익 외, 2023). 서울과 전라북도의 평균 노동소득은 1,000만 원 정도 차이 나는 것이다.
지역 일자리 소멸과 수도권으로 인구 집중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와 산업구조의 미약, 서울 중심의 수도권과 지역의 노동소득의 차이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더욱 지역소멸을 가중시키고 있다.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
정부는 지역소멸에 대비하고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 혁신도시를 설정하여 공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거나 직간접적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일자리 및 인프라의 양과 질을 상승시키는 방법을 취했다. 소득과 관련해서도 정부에서 기업에 직접적인 임금 지원을 하거나 청년과 중소기업 노동자 대상 공제 등을 통하여 소득을 상승시키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기업·노동조합 등과 손을 잡고 2019년부터 상생형 지역 일자리(현재, 상생·협력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사업들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사업 그 자체에서 더 이상 발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 없는 지역 일자리 정책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모 지역에서 노사상생형 일자리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의 많은 기업과 노조를 만났다. 예상과는 다르게 노사상생형 일자리 사업 취지에 맞게 관심을 가지는 곳은 기업이 아니라 노조였다. 양대 노총 소속 노조 모두 좋은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지역 부흥, 산업 전환에 관련하여 많은 관심이 있고,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회의나 워크숍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기업의 경우 지역에 제대로 일할 사람이 없다며 구인난과 앞으로 다가올 산업 전환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구인난을 극복할 수 있는 첫 번째 선결과제인 좋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 복지체제 확충에는 관심이 없거나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사내하청이나 소사장제 등을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던 회사의 경우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상생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였으나, 노동자 고용구조 변경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참여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기업으로서 정부 투자 지원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이지만 이 정책사업의 본질을 본다면 상생적 요소를 생각해야 하는데도 투자로만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노동의 질보다는 고용과 투자 양을 더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며 지방정부와 기업은 지역 일자리 사업을 단순히 지역투자 사업이나 기업지원 사업으로 보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노동의 질보다는 고용과 투자 양으로 측정하는 것이 실적을 측정하거나 실적 홍보 효과에 매력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좋은 노동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노동의 질은 논의 대상이 아니거나 노사민정 대화의 ‘요식행위’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지역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하거나 정착할 수 있는 노동환경과 고용 안정성이 절대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지역 일자리 근본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
우리는 날로 빨라지고 있는 지역소멸의 문제를 보면서 해결방법을 단순하게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역소멸 문제는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가지 않게 하고 정착시키는 것’이다. 기계나 공장이 얼마나 유치되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얼마나 정착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지역에 안착하기 위해서 지역에서 얼마나 인간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 선결 조건이 될 것이며, 그것을 지탱할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사람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환경 조성이다. 결국, 노동자의 노동안정성과 노동 환경이 보장되어야만 사람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을 수 있다. 이 점이 선결되지 않는다면 지역에 투자를 아무리 많이 하고 공장을 많이 짓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찾기 위해 더 나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더욱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역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규직 노동자 채용 선결 조건을 제시하거나 정규직 노동자 비율을 주요 평가요소로 제시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시도는 하였다. 그러나 기업 친화적이고 노동에 매우 적대적인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간주도 창출의 지역 일자리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노동에 대한 가치를 지역 일자리 사업에 투영할 일은 만무해 보인다. 민간기업에 대한 투자로 지역 일자리의 모든 것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정책은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노동 정책과 지역 정책을 통해 실패했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지역소멸을 막는 방법은 단순히 세금을 써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노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함을 정책입안자들이 명심하여야 한다.
참고문헌
- 통계청(2022), 2021년 장래 인구 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 보도자료.
- 한국고용정보원(2022), 지역산업과 고용. 2022년 봄호.
- 강병익 외(2023), 2022 민주연구원 불평등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