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소득주도성장론
“낙수효과는 없다...최저임금 올리자”
“최경환 경제정책, 무늬만 소득주도성장...정책타겟 오조준”
새정치연합 문재인 의원이 '소득주도성장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임금과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튼튼히 함으로써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장병완·은수미·홍종학 의원의 주최로 열린 소득주도성장 토론회에서는 지금까지 대기업 성장으로 인한 낙수효과로 소득재분배를 기대했던 지금까지의 경제 성장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소득과 가계소득 증대로 내수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문재인 의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부채주도성장은 지속불가능한 성장전략이다. 빚내서 집사고, 빚내서 소비하고, 빚내서 투자하면 그 귀결은 파산”이라며 “사람들의 소득을 늘려주는 사람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경제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홍장표 부경대 교수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주는 낙수효과는 2~3차 협력업체까지 밖에 영향을 못 미친다”며 “대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만들고, 설령 국내에서 공장을 가동한다 하더라도 계열사 중심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가 제시한 금융감독원의 2011년 감사보고서 자료를 보면 삼성전기의 부품조달비중은 해외계열사 68.4%, 국내계열사 10.5%로 나타났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21.1%가량만을 협력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상위 12개 기업 대부분이 절반이 넘는 비율을 국내외 계열사를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근로소득 증가를 통한 경제성장 전략인 소득주도성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금의 증가로 소득분배를 개선하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생산성 증가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서 핵심은 임금, 근로소득이다. 개별기업으로 봐서는 임금을 비용으로 간주하지만, 거시경제에서는 임금이 곧 유효수효로써 시장이다.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며 “불황의 경제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금을 올리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국경제에서 투자는 수익성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으며 총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노동소득 증가시 내수시장 회복으로 설비가동율 증가와 노동생산성 증가로 이어져 투자가 촉진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투자 증가로 기업의 노동수요가 증가하고 고용일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가계소득 증대를 강조한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실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과 무관하다. 일단 빚을 내서 소비하라는 것으로 부채주도성장을 오히려 강화했다”며 “정책 타겟이 오조준된 무늬만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으로 가기 위한 과제로 ▲근로소득·생활소득 증진 ▲일자리 창출과 고용의 질 개선▲중소기업·영세 자영업자 소득 증진 ▲자본소득세 강화 등을 제시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조세정책에 대해 발제를 맡은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은 자본형성과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유리한 방식으로 추진됐다”며 “그 결과 세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세수기반은 확충되지 않아 조세수입이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국가 시대의 재정체계는 연대와 공존의 원리를 바탕으로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를 위한 조세정책으로 ▲소득세·법인세 실효세율 증가 및 상장주식·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부동산 보유세 인상 및 불필요한 조세감면제도 폐지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제한 및 특례 조항을 폐지 등을 꼽았다.
그는 정치제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수대표제보다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사회지출이 크고 빈곤정책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비례대표제 하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또한 “참여예산제도를 활성화하고 국민소송제도를 도입해 정부의 제정지출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자영업자 문제 실질적으로 해결하도록 실현가능해야”
이날 토론회에 나선 토론자들은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소득주도성장이 실질적으로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정치권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금방 해결될 것 같이 떠들썩하지만 고통 받는 노동자가 아직 있고 출구는 찾을 수 없는 상태”라며 “소득주도성장은 의미 있는 문제제기이지만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로드맵으로 정립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공동회장은 “소득주도성장라는 측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개별 자영업자는 월급을 못주게 되는 상황”이라면서 “그렇다고 최저임금을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저임금을 올려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완제도로 사장뿐 아니라 직원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 공동회장은 또 “자영업 붕괴 속도가 심각한데 이를 넘어서는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면서 “1년 안에 자영업자 700만명이 여지없이 쓰러지는데 단순히 임금을 올리는 것으로 가능하겠느냐. 시급하게 자영업에 대한 보호육성 방안을 소득 주도에 중요한 요소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정책연구원의 우석훈 부원장은 소득주도성장도 결국 성장이라는 패턴에 갇힌 게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우 부원장은 “우리는 경제가 출발할 때 발전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1990년대에서 2000년 중반까지는 성장론, 선진화론이란 말을 썼었다”며 “이제 우리는 선진화 됐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제3세계에서 제1세계로 바로 진입했는데, 다음 단계로 성숙이라는 말을 쓰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생활임금조례를 가장 먼저 실시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정부정책이 중요하다. 생활임금조례를 확산해서 근로자가 재생산하고 기본적인 교육비와 주거비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정도로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정치세력이라면 약속과 일치하게 임기 첫해 실현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수미 의원은 “새정치연합에서는 3년 정도 소득주도성장 이야기를 했는데 시민들이 모른다. 이를 위한 법안도 있는데 모른다”며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성장보다 행복권리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시민 행복지수를 전면에 내걸고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