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또 다시 35세 설치기사가 지난 27일 비가 오는데도 낮 12시쯤 전신주 위에서 위험작업 도중 추락, 다음 날 28일 오후 9시경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정부경찰서의 29일 발표에 따르면 고인을 검안한 결과 손에서 감전흔이 발견되었다. 비고 오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작업한 결과다.
SK브로드밴드 의정부홈고객센터를 원청으로부터 하청 받아 운영하고 있는 ㈜하나넷(대표이사 김기훈)의 김 모 도급기사(개인사업자. 개통업무)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린 27일 오전 조회 자리에서 “일이 많이 밀려 있다. 다 처리하라”는 회사의 지시를 받았다. 회사가 개인사업자 도급기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위해 만든 카톡방에서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남은 기간 실수 없이 마감할 수 있도록 신경 쓰라” “마음 내려놓지 말고 긴장해서 작업 바란다”는 지시를 받았다. 이미 지난 23일에도 회사로부터 “당일 처리 못한 기사들은 퇴근 전에 미처리 사유에 대해 시시콜콜 답변해줘야 한다. 어처구니 없는 사유는 애초에 자르겠다”는 실적을 압박 받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원청과 지역서비스센터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의 갑질, 실적 압박, 도급 계약이라는 이름의 노동권 배제 상태로 내몰린 수천명의 SK브로드밴드 현장기사, 수만명의 케이블방송·통신, 가전 등 간접고용 서비스 현장기사들에게 고인의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고인을 비롯 대부분의 통신 현장기사들을 홈고객센터 하청업체들이 개인사업자를 내고 도급기사로 일하도록 강요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회사가 실적을 강요, 비가 오는 와중에도 작업을 하도록 하여 추락사를 야기한 것이 원인이었다.
추락사가 벌어진 지 불과 며칠 후인 지난 10월 5일에는 이른 아침부터 태풍 ‘차바’가 남부지방을 강타, 곳곳이 물에 잠기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울산홈고객센터는 노조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작업을 지속하도록 했다.
우리는 홈고객센터 설치, 수리 및 유지관리 업무를 외주화한 SK브로드밴드 원청과 모기업 SK텔레콤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우려한다. 추락사가 벌어진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고 지난 9월 30일,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1) 외주업체 지표관리와 상대평가 통한 실적 압박의 중단과 사과, 2)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 3) 관련 사례의 전수조사 진행, 4) 악천후와 위험한 작업의 강요 중단과 현장기사의 작업중지권 보장, 홈고객센터 하청업체들에 대한 지침 마련, 5) 홈고객센터 하청업체들에서 남발되고 있는 개인도급(위장도급) 근절 대책 마련. (현장기사 중 도급비율 35%, 개통기사 중 도급비율 52%), 6) 원청–센터장협의회-노동조합 TF팀을 구성하여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어떠한 회신도 없다. 울산 등에서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질 뻔 했기 때문이다.
이에 7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은 지난 10월 7일, 고용노동부 담당자와 면담을 진행하고 특별근로감독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리고 오늘 SK브로드밴드의 모기업인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진짜사장 원청의 책임 있는 대책과 면담을 촉구했다.
진짜사장 SK브로드밴드 원청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이를 위한 면담에 나서지 않는다면, 10월 15일 2016년 간접고용노동자대회 당일 진행되는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결의대회를 비롯, 고용노동부를 통한 특별근로감독 및 조치, 국회 차원의 대응 등 최대한의 수단을 강구해 대응할 것이다. 더 이상 위험으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없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2016. 10. 12.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