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사측은 성실한 단체교섭으로 최장기 투쟁 사업장의 오명을 씻어라
우리는 학습지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가 거리에서 농성을 한 지 1895일, 혜화동성당 종탑에 오른 지 21일이 넘어가려는 시점을 마주하고 있다. 재능교육지부의 주장은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전원 복직' 단 두 가지로 매우 단순명료하다. 회사의 근로 지시를 받고 회사에서 '수수료'라는 명목의 임금을 받는 학습지 교사는 당연히 노동자에 해당하며, 노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를 내걸고 재능지부 조합원들은 5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리에서 투쟁해 왔다.
5년 동안 특수고용 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들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던 재능교육 사측은 지난해 11월 1일 내려진 재판부의 판결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경제적 약자인 특수형태근로자(특수고용직)도 집단적으로 단결해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동조건 등을 협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학습지교사들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한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학습지 교사들의 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조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하면 계약해지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능교육 사측은 혜화동 본사와 을지사옥에 마치 노동조합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처럼 현수막을 내걸고 있지만, 지난 8월 교섭 결렬 이후 그리고 재판부의 판결 뒤에도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나 교섭 재개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재능교육 노동조합은 1999년 설립 이래, 학습지 교사의 노동권 쟁취를 위해 끝없는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 기간 동안 조합원들은 모욕, 질병, 폭력, 압류, 성희롱,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갖은 고초를 겪어왔다. 노동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그러한 사실이 사회적으로 외면 받는 현실 속에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기에 마침내는 노동자들이 사람의 발길 닿은 적 없는 종탑 위로 올라가 있는 것이다.
2월 26일은 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분회가 세운 최장기 비정규 투쟁 사업장 1895일이라는 기록을 학습지노동조합 재능지부가 넘기게 되는 날이다. 우리 전국 지역 비정규노동단체들은 긴 세월 동안 자신의 빛나는 삶을 비정규 투쟁에 바친 재능지부 조합원들이 이 기록을 깨도록 그냥 둘 수 없다.
이제 재능교육 사측이 학습지 교사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할 시간이다. 말 바꾸기나 시간 끌기 없이 단체협약을 즉각 체결하고 그 단체협약을 손에 쥔 노동자들이 자신의 현장으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전국의 지역 비정규노동단체들은 재능지부의 투쟁을 흔들림 없이 지지하고 학습지교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에 지속적으로 연대해 나갈 것이다.
2013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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