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세상, 우리 동네부터 시작합시다.
내가 일하고 사는 곳에서부터 함께 손맞잡아야 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빈부격차가 극단화된 양극화 사회입니다.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일상적인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그 수가 무려 1천만명에 가깝습니다. 비정규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가족과 이웃 중에 이미 상당수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에도 못미치는 임금을 받아야 하고 호칭에서부터 사내 복지와 4대 보험에 이르끼까지 수많은 차별을 감내하면서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을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순 없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비정규직 문제해결은 압도적인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고 얻습니다만 현실의 비정규직 문제는 점점 악화돼왔습니다. 이제 이 간극을 좁혀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쟁점화를 넘어 실제로 개선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비정규직 없는 영등포 만들기에 나선 까닭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복지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노동 의제로 비정규직 문제가 포함돼 있습니다. 노동 공약으로만 보면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상대적으로 진전된 것이 사실입니다. 야권 주자들은 물론이고 박근혜 후보마저도 진정성이 의심되고 미흡하긴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난제인 비정규직 문제가 결정적인 해결의 전기를 맞게 된 것일까요.
법제도 개선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고 대선 후보들이 낸 공약을 엄정하게 검증하는 것도 중요한 우리 모두의 과제이지만 여기에만 그쳐선 안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법이 만들어진다고 바로 문제가 시정되거나 해결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법이 사문화되다시피 하기도 합니다. 최근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란 대법원 판결마저도 우습게 알고 묵살해온 현대자동차만 봐도 그렇습니다. 작고한 노무현 대통령께서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한탄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재벌 대기업이 가진 힘은 막강합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그저 정치권에 맡겨져 해결되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공감하는 시민들이 함께 나설 때에만 비정규직 문제해결은 한 고비를 넘어 진전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 만들기’ 1천만 선언운동이 지금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 낮은 곳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천민자본주의체제의 맨 밑바닥에서 핍박받고 홀대받고 있는 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이주노동자들과 실업자들의 문제를 반드시 개선시켜보자고 많은 이들이 맘과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 비정규직 없는 학교, 비정규직 없는 병원, 비정규직 없는 백화점, 비정규직 없는 교회, 비정규직 없는 관공서 등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선언과 실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단지 일터만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에서 비정규직 없는 제주까지 우리 동네와 지역에서 가족과 이웃이 함께 하는 비정규직 없는 마을을 위한 희망의 연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우리 동네부터 시작합시다. 영등포 지역에서 일하거나 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용직이거나 기간제 계약직으로, 단시간 알바로, 파견․용역 노동자로, 특수고용 노동자로 모양은 다르지만 처지는 비슷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존재합니다. 비정규 노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일하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이주노동자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는 정도만큼 우리 동네가 행복해집니다. 행복해지기를 주저하지 맙시다. 우리 모두와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어깨동무합시다. 우리는 영등포의 모든 차별받고 홀대받아온 분들과 함께 공감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비정규직 없는 마을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나갈 것입니다. 행동하면서 모두 함께 꾸는 꿈은 이루어집니다.
2012년 10월 11일
비정규직 없는 영등포 만들기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