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노동안전의 중요한 첫 걸음이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드디어 국회를 통과했다. 산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28년만이다.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산안법 개정이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구의역 안전문 사고 희생자 김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김용균님 등 수많은 노동자의 생명이 스러진 다음에야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아쉽고 비통하다. 하지만 노동안전을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개정된 산안법은 보호대상의 범위를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여 특수고용노동자들까지 확대되어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고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배달노동자들도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의미가 있다. 또한 원청과 하청이 같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일어나면 원청이 책임지고, 원청이 책임져야 할 도급사업장의 범위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원청사용주에 대한 책임이 대폭 늘어났다. 그리고 위험물질을 만지는 사업장에서 도급을 금지하고 건설기계에 대한 원청책임도 강화되면서 ‘위험의 외주화’ 방지도 일부 이끌어 내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여전하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가 일부 화학물질을 만지는 사업장에 국한되었으며 그마저도 예외규정을 둬서 도급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도급금지의 범위가 여전히 협소한 것이다. 원청 사용주에 대한 처벌강화 및 법인의 양형규정에 있어서도 가중처벌이 도입되고 처벌의 강도도 높아졌지만 당초 정부안에 담겨있었던 하한형 및 징벌적 손해배상이 빠져 실효성이 저하되었다. 만일 이대로 시행되게 된다면 위험물질을 다루지 않고 사고를 당하여 다치거나 희생당하는 노동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원청 사용자는 그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원천적으로 하청·비정규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이 점에서 노동안전을 위한 갈 길이 여전히 먼 것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처리에 28년이 걸렸다는 것이 그 점을 반증한다. 이번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도 자유한국당 등의 보수야당들이 기업활동 위축을 운운하며 사사건건 방해하고 수정을 요구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었다. 국회는 보수야당의 몽니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점은 국회가 자신의 할 일을 유기한 것이다.
이번에 이루어진 산안법 개정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과 유가족의 눈물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 할수 있는 법 개정은 물론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는 투쟁에 항상 함께 할 것이다.
2018년 12월 28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