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의 묵언수행작전, 무책임하다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러나 위원회 안과 밖의 풍경은 이질적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있는 날이면 고용노동부 청사 밖에서 수십,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좀 올려달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구호도 외치고 노래도 하며 최저임금이 곧 내 월급이고 우리 가족의 생활비라며 절절하게 외친다. 그러나 청사 밖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울타리처럼, 위원회 안은 그다지 절실하지도, 치열하지도 않다. 침묵을 지키는 사용자위원들 때문이다.
지난 6차 전원회의에서 노-사는 최초요구안을 제시했다. 7,8,9차 전원회의에서 최초요구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노-사 각각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위원장은 수정안 제출을 종용했지만, 법정 시한보다 더 중요한 건 최저임금을 제대로 정하는 거라 판단했기 때문에, 노-사의 입장을 충분히 토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노동계는 시급 1만원이 되면 최저임금노동자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했다. 청년노동자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될 거고, 여성노동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했다. 비정상적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최저임금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제대로 정하는 건 이 사회 약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말도 덧 붙였다. 각종 통계를 설명하며 불평등을 해소하고 가족의 안정적인 생계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용자위원들은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
7월4일 8차 전원회의가 진행된 6시간 동안 사용자위원은 쉬는 시간을 달라거나 저녁 시간을 갖자는 식의 회의 운영에 대한 발언만 2-3차례 했을 뿐이지, 최저임금과 관련된 토론에는 임하지 않았다. 노동계가 사용자위원에게 질문을 했음에도 검토해서 내년에 자료를 내겠다는 등의 성의 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심지어 가급적 발언하지 않는 게 공익위원에게 어필하는 거라며 답변을 간접적으로 회피하기도 했다.
사용자위원들의 묵언수행 작전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노동계가 노동자들의 대표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발언권을 얻었듯이, 사용자위원들도 영세자영업자와 중소사업주의 대표다. 그들을 대표해야 할 책무가 있다. 넓게는 최저임금법의 목적에 따라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 노-사-공은 각자의 역할을 다르지만 모두 공익적 입장으로 회의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사용계와의 합리적인 토론을 원한다.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운 처지때문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곤란하다면, 이 자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충분한 토론을 통해 서로에 대한 공감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정해져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과정을 형식적인 요식행위로만 생각한다면 최저임금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사용자들의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사용자를 대표하길 바란다.
2016. 7. 6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