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절망이 보이지 않습니까?
- 현대차 노조의 장기근속자 자녀의 우선채용 결정을 비판합니다. -
현대차 노조가 20일 저녁 결국 논란이 되던 장기근속자 자녀의 우선채용 단협안을 대의원대회에서 임단협 요구안으로 확정했습니다. 청년유니온은 현대차 노조의 이번 결정이 청년실업과 경쟁,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수많은 청년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하며 명확히 비판하는 바입니다.
청년유니온은 백만명이 넘는 청년실업, 그리고 대다수가 비정규직이 될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수많은 보수언론들과 각계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청년실업의 원흉이 아니냐는 삐딱한 질문들에 늘 확실한 논조로 ‘그렇지 않다’라고 반박해왔습니다. 청년노동자도 현대차 노조에서 20년을 넘게 일한 장년노동자도 모두 하나라는 노동운동의 원칙을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차노조의 이번 결정은 그간 청년유니온이 지켜왔던 ‘노동자는 하나다’는 대원칙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정입니다.
이미 청년들에게 실업이 만성화되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지상목표가 되어있는 비정한 현실에서 현대차노조의 결정이 과연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본연의 목적으로만 합리화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고통에서 더 아래에 있는 약자들을 고민하지 않고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자녀들의 우선채용에 눈돌리기 전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리고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실천적 요구를 먼저 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청년들의 절망이 정녕 보이지 않습니까?
지난해 벌어졌던 외교통상부 전 장관의 추악한 자녀특혜 사건과 이번 현대차 노조의 결정이 청년들에게 크게 다르지 않게 비추어 진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부모를 잘 만나야만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노동운동이 존재해왔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년유니온은 현대차노조의 이번 대의원대회 결정을 비판하며 작금의 사태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기를 요구합니다. 필요하다면 공개석상에서 청년유니온과 현대차노조가 공개토론, 논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여년 현대차노조와 수많은 대기업 노조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지금 저희와 같은 청년노동조합들도 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사람들의 조건도 변화합니다. 지난 2008년 중고등학생들과 청년들 수백만명이 촛불을 들고 ‘함께 살자!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정작 본인들이 특혜를 내려주고 싶은 그 자녀들이 그리고 청년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시기를 희망합니다.
2011년 4월 21일
청년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