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사용주 직접고용 정규직화 쟁취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 티브로드 노사합의 타결을 환영하며
지난 10월 3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는 본사 및 협력사협의회와의 집중교섭을 통해 2013년 포괄협약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리고 전면파업 34일차인 10월 7일, 마침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85.7%의 높은 찬성율로 잠정합의안을 가결시켰다. 근래 보기드문 단결력으로 본사점거농성투쟁을 결행해 원청사용주를 대화로 이끌어낸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피땀어린 투쟁이 거둔 결실에 늘 함께 한몸으로 연대해온 공대위는 동지애를 담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적극 환영한다.
이제 포괄협약에 대한 타결이 일단락됐을 뿐이고 각 센터별(협력사별) 개별교섭은 이제 시작인 만큼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므로 섣부른 평가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포괄협약 합의에 담긴 주목할 만한 성과와 티브로드 파업투쟁이 한국 사회 비정규운동에서 갖는 의미를 현재적 관점에서 성찰하고 중간평가하는 것은 이후 현장투쟁 승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가장 의미있는 성과는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신장, 적정노동시간을 쟁취한 것이다. 지금까지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회사가 업계1위로 비대해지는 과정에서 노예처럼 착취당하며 일해왔다. 생활임금과 근로기준법 준수 수준의 이 소박한 요구들은, 그래서 티브로드 노동자들에게는 인간 선언이라고 할 정도로 절박한 것이었다. 가족과 주말 따뜻한 밥 한 끼 함께 먹는 것이 소원인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절절한 염원이 강렬한 투쟁으로 승화되었고 이런 의미있는 결실을 거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성과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온전하게 쟁취한 것이다. 단결과 연대가 가장 유력한 무기인 노동자들에게 노조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노동자 투쟁이 일시적인 성과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선 든든한 진지가 필수적인데, 그 교두보를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이번에 확보했다. 전임활동시간과 사무실 외에 조합원 교육 시간까지 상하반기 각4시간씩 보장받음으로써 민주노조의 기틀을 확고하게 다질 채비를 끝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성과는 재하도급 금지 및 개인사업주(특수고용) 형태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화 전환 노력 합의다. 이 합의는 조합원 고용승계 보장 노력과 한 궤로 묶여있는 것으로 고용형태 전환과 관련된 합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으로 대표되는 더 나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중심으로 하향평준화 방향으로 치달아온 한국 사회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대단히 쉽지 않은 일이다. 소박한 정규직화 요구를 가지고도 얼마나 많은 장기투쟁 사례를 지금까지 겪었는가. 씨앤앰과 마찬가지로 티브로드도 최악의 비정규직 고용형태인 특수고용 비정규직을 센터의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합의를 쟁취함으로써 케이블업계 비정규직 고용 확산에 제동을 걸고 더 나은 고용형태 전환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기금을 합의한 것이다. 기업별노조 체계의 굳건한 담을 넘지 못해 고립을 자초해온 노동운동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스스로 시야를 전사회적 범위로 넓혀야 하고, 사회연대운동의 주체로 자신을 정립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연대노조가 시종일관 추진해온 사회연대와 지역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물적 토대 마련의 일환으로서 사회공헌기금 확보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합의 내용 못지 않게 공대위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파업 기간 내내 확인됐던 티브로드 동지들의 단결투쟁과 연대정신이다. 노동자 승리의 비결은 단결과 연대라는 것은 교과서적인 정답이지만 현실에서 이를 구현한 투쟁은 최근 드물었다. 희망연대노조 산하의 케이블 비정규직(씨앰앰,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 승리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이유다. 씨앤앰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된 조직화의 전범을 보여줬다면, 티브로드는 반노조 원청사용주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투쟁의 모범을 보여주었다고 감히 평가한다. 특히 9월 30일 면담투쟁 일환으로 결행한 본사점거농성투쟁은 의분에 찬 노동자의 기개를 보여준 쾌거였을뿐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의 힘이 왜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인지 감동적으로 일깨워준 투쟁이었다. 거기에 희망지하철로 명명된 사회연대투쟁은 파업투쟁 초기부터 비정규직 문제에 공감하는 시민사회 진영과 공동투쟁을 조기에 모색한 의미있는 선례로 남았다.
무엇보다 티브로드 투쟁은 열악한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었고 침체에 빠진 노동운동 전반에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함께 사용자 책임이 사라져버린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비정규직을 양산해온 대기업의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온몸으로 싸운 티브로드 노동자들과 연대 단위 동지들이 신문고가 되어 나쁜 일자리가 사회 양극화와 노동인권 침해의 근본 원인임을 사회에 널리 알렸다.
이제 티브로드 노동자들은 현장복귀해 투쟁의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개별 센터별 교섭도 성과있게 마무리지으리라 믿으며, 무엇보다 파업투쟁에서 검증된 강력한 조직력을 현장투쟁과 조직확대의 원동력으로 삼아 내사랑 민주노조가 티브로드 현장에 굳건하게 뿌리내리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핵심 과제인 원청사용주 직접고용 정규직화 쟁취를 향한 투쟁에 지금부터 매진하길 당부드린다. 공대위는 티브로드 동지들의 파업투쟁 성과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환영하며, 반노조로 악명높은 태광그룹에 맞서 원청사용주가 직접고용 책임을 지는 승리의 그 날까지 어깨걸고 한결같이 연대할 것이다.
2013년 10월 8일
케이블방송 공공성 및 비정규직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노동당 서울시당, 노동자연대 다함께,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사회진보연대,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 전국학생행진,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한국비정규노동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