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하청 대법원 판결을 전환점으로,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다시 나서자!
지난 7월 22일, 대법원에서 제조업체의 비정규직 불법파견 관행에 일침을 가하는 전향적 판결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원고(노동자)들은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참가인(현대차)의 사업장에 파견되어 참가인으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직접고용간주 규정은 …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축소하여 해석하는 것은 그 문언이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아무런 근거가 없다.”
-대법원 판결문 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제조업체들의 사내하청 관행(제조업 비정규직의 90%이상이 사내하청)에 있어서 두 가지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견되어 일을 하는 업체(ex-현대차, 기아차 등)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즉, 아무리 사내하청업체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라고 할지라도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들이 섞여서 일을 하며 △원청 업체가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을 지시 및 결정하고 △원청 업체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을 전반적으로 관리할 경우,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주를 원청 업체로 본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따르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들의 사용자인 원청 업체에 고용과 노동 조건과 관련한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옛 파견법에 따라 2년 넘게 일을 하면 원청 업체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즉,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로 간주되는 것이다.
둘째, 불법 파견 노동자라고 할지라도 이들은 합법 파견 노동자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파견 노동자가 2년 넘게 일을 하더라도 그들이 불법 파견일 경우 원청업체에 직접 고용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똑같이 2년 이상 일을 하더라도 그들이 불법적으로 파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정규직으로 고용될 수 없었던 것이다. 법을 어기면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결정을 내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이와 같은 비상식적 판단들을 바로 잡았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제조업체들의 ‘불법 파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엄격한 ‘법집행’이 이루어질 경우 몰상식적 법제도 속에서 고통 받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동시에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2007년 개정된 비정규직법(옛 파견법)으로 인해 ‘직접고용간주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에, 법이 개정된 이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가 보장되지 못한다. 또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등법원의 판결 이후 2년 4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번 판결을 위해 현대차 노동자들은 5년여의 시간 동안 재판을 해야 했던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조금이나마 보장됨과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모두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관심을 갖고 함께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지지 서울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