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재벌이 사회양극화의 주범이다
SK그룹과 LG그룹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즉각 해결하라!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대한민국호가 항로를 바꾸지 않고 위험천만한 운항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키를 쥔 선장은 전체 승객과 선원들의 안위를 도외시한 채 마이 웨이를 외칠 뿐입니다. 불통과 불신이 온 나라를 질식시키고 하루 밥벌이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전쟁을 치르듯 견뎌내고 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도달한 1인당 국민소득 2만 8천 달러의 나라에 일하는 사람들이 거처할 자리는 없었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도 말뿐임이 자명해졌고, 작년말 본색을 드러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자본의 기갈을 채우는 노골적인 정책의 경연장이었습니다. 노동은 철저하게 배제되거나 홀대받으며 이 겨울 찬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길거리농성으로 나서고, 결국 지상을 떠나 저 높은 굴뚝에서 깃발이 되어 나부끼고 있습니다.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길을 묻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사는 방법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정글 남한자본주의에서 광폭한 권력과 자본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습니다. 노동 없인 단 한 순간도 유지 존속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전근대적인 노동 말살과 혐오를 이대로 견딜 순 없습니다. 거대한 노동착취구조를 발판으로 바벨탑처럼 솟구친 재벌자본의 아성을 어쩔 수 없다 여길 순 없습니다. 노동의 피땀과 고혈로 쌓아올린 막대한 재부를 뺏어가 독차지한 저 음험하고 비열한 기득권 집단을 그대로 인정할 순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이 나라의 대다수는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인인 나라에서 노예로 농락당하며 노동의 댓가를 일상적으로 갈취당하는 천민자본주의 체제의 심저에서부터 저항과 반란으로 뒤집어야 합니다. 모두가 인간으로 살기 위해, 모두를 인간으로 살리기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너 나 없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노동운동과 시민사회가 하나로 연대해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해가야 합니다. 실패하면 사람과 생명, 노동 존중 공동체를 중심 가치로 하는 사회는 신기루로 그칠 뿐입니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굳센 희망의 싹을 틔워나갈 수 있을까요?
작년 세밑 정규직과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와 비해고노동자,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하나로 굳세게 연대한 씨앤앰 투쟁 승리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가슴벅찬 희망을 보았습니다. 파업노동자 한사람 한사람이 전광판 고공농성을 결행한 두 노동자의 투쟁을 엄호하며 흔들림없이 단결했을 때 승리할 수 있었음을 눈물겹게 절감했습니다. 참으로 간만의 승리를 만끽할 여유도 없이 오체투지로 배밀이 투쟁을 하는 기륭전자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저렸습니다. 그리고 해를 넘기며 4대 재벌에 맞선 SK브로드밴드와 LGU+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주목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길위에서 희망은 싹트고 있었습니다. 두달째 전면파업으로 차가운 길거리 밥을 먹어온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노동의 자존심은 숨쉬고 있었습니다. 씨앤앰 투쟁 승리의 기운이 힘찬 단결투쟁 구호 속에서 쟁쟁합니다. 빌딩 숲 사이 칼바람이 그칠 새 없는 서울 도심 을지로와 여의도에서 엄동설한 투쟁을 이어온 SK브로드밴드와 LGU+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5년 첫 노동자 투쟁 승리를 예감하게 합니다.
국내 3, 4대 재벌에 맞선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은 한국 사회 최우선 노동 의제인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시금석입니다. 케이블방송과 함께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혁파할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한 투쟁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현대자동차에서부터 지방공단 중소영세업체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만연돼온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의 폐해를 사회적으로 다시 각인시킨 투쟁입니다. SK브로드밴드와 LGU+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사용주들에게 면담을 요구하는 수차례 투쟁 과정 속에서 수백명이 연행되고, 2명의 노동자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원하청자본과 공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진짜사장의 법적, 사회적 책임을 이만큼 부각시킨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쟁취될 때가 왔습니다.
1주일에 60~70 시간을 일했습니다. 점심시간도 없이 한달 동안 이틀 밖에 못 쉬면서 일했습니다. 차량유지비, 유류비, 통신비 등 업무에 필요한 비용도 지급받지 못한 채 일했습니다. 전봇대, 옥상, 난간에서 떨어져 다쳐도 산재보험 적용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원청의 갑질 속에서 평가지표에 따라 툭 하면 급여를 차감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하청업체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렸습니다. 근로기준법 위반은 기본이었고 노조를 결성하자 부당노동행위가 극성을 부렸습니다. 범법이 사용주의 자격 요건인 것처럼 돈에 눈먼 자본의 위법은 끝이 없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준수, △노동시간 단축, △4대 보험과 퇴직금 적용,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업체 변경시 고용 승계 등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소박합니다. 준법 수준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요구일 뿐입니다. 그러나 6개월간 교섭과 투쟁을 했지만 진짜 사장인 SK와 LG는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업무 불이익, 표적탄압, 업체 변경 과정에서 조합원 대량해고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치 않았습니다.
오늘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며 승리하는 날까지 연대하겠다는 노동-시민사회-정치-종교-법조-학술-문화-지역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그룹모토인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을 거스르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양산과 노조 탄압을 일삼아온 SK그룹과 LG그룹에 즉각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노조가 제안한 3자 협의체 교섭을 받아들일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경총 뒤에 숨지 말고 원청사용주가 책임있게 나서야 장기파업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 가석방을 비롯한 재벌 오너 일가에 대한 사법 특혜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사법정의를 뒤흔드는 어떤 논의도 불가합니다.
마지막으로 SK그룹과 LG그룹에 대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기를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지난 월요일 분명히 밝혔듯이 이번 주까지 비정규직 현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가진 모든 힘과 수단을 동원해 전방위적인 전면전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재벌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따져 물으며 사회적 힘을 모아 반드시 응징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연대 단위를 넘어 투쟁 주체로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승리할 때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2015. 1. 15
통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범시민사회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