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장 SK그룹은 3자협의체를 수용하여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하라
추운 거리에서 새해를 맞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SK그룹 본사 앞에서 총파업과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이하 지부)의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고용불안, 건당 수수료제로 인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불법적인 노동실태 등을 호소하며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 SK그룹 본사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현실적인 요구이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마땅한 요구입니다.
도급단가를 조정하고 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와 재하도급 금지 등의 내용을 도급계약에 명시하는 것은 원청의 권한입니다. 원청의 책임 있는 해결 의지가 있어야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끝자락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50일이 넘는 총파업 기간 동안 SK브로드밴드는 지부의 제안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였습니다. 때문에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쟁의행위가 장기화되었고 노동자들이 추운 거리에서 겪는 고통은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박근혜정부는 경제사범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가석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제사범을 가석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착취한 장본인이기에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기업의 윤리와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을 외면한 ‘진짜 사장’ 최태원 회장의 가석방 논의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노동자는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지난 1월 6일 SK그룹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다 222명이 대거 연행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공권력은 재벌에게 관대했지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한 없이 옹졸하기만 합니다.
한편 지난 연말,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과 유사한 고용구조에 있는 C&M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안정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노사 합의를 이뤘습니다. SK 브로드밴드는 계속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C&M 사례를 통해 원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지부가 제안하는 3자협의체를 받아 들여 비정규직 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SK브로드밴드가 3자 협의체를 수용하여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고용불안으로 내몰며 그들의 삶을 착취해서도, 거리에서 추운 날씨에 고통 받게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또한 공권력의 편파적 행사에 항의하며 연행된 조합원 전원을 석방할 것을 촉구합니다. 공권력이 국민의 신뢰 속에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도록 공정성을 되찾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장기화된 파업·농성에도 대오를 유지하며 당당히 싸우는 노동자들의 굳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머지않아 승리할 때까지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2015년 1월 7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